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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만난 고양이 전에 혼자만의 이름을 지어줬던, 여기서 몇 분 거리의 동네 다른 곳의 길고양이(소니, 공손삼)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그때는 다가갈 수도 없는데 너무 섣불리 이름까지 지어버린 탓이 아닐까 생각했다. 간밤에 봤던 한쪽 눈이 불편한 고양이가, 비슷한 시간대에 바로 그 자리에 딱 있을 거라고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처음 본 자리 바로 근처에 있었다. 동네이긴 하지만 여기가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은 아니다. 눈이 성치 않은 모습이 마음에 걸려 간식과 물과 접시를 챙겨서 다시 찾은 것이었다. 계속 옆에 있으면 안 먹을까 싶어서 아예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왔는데 물도 줄어 있었고 간식이 담긴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다른 곳에 뒹굴고 있었다. (빈 일회용 접시는 아주 가볍다.) 가방에 츄르 하나가 마침 더 있어서 .. 더보기
영화 '프란시스 하'와, 자기만의 방 공연을 마친 프란시스는, 보러 온 친구에게 이야기한다. "실수처럼 보이는 게 더 마음에 들더라고." 자신의 대답에조차 늘 확신이 없었고 ("Home, I guess", "Dancer, I guess") 당장 먹고 살 형편에 쫓기지만 그저 남에게 괜찮아 보이기 위해 안간힘이던 프란시스는 이제, 자신이 발 딛고 선 자리에서, 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지금 완전한 최선은 아니어도 스스로 꿈꾸는 미래를 져버리지는 않을 수 있게 된다. 실패와 좌절에서 배우는 내일의 태도, 기약할 수는 없지만 포기해버리지는 않는 마음, 직시한 현실로부터 다시 찾아보는 희망. 여느 좋은 영화가 그렇듯, 역시 진짜 여정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어디서든 내 이름 석 자 믿고 그걸 져버리지 않는 이야기가. (.. 더보기
영화 '쓰리 빌보드'와 함께 읽은 나희덕의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불가능한 대화와 불충분한 대화비에 젖은 창문과 빗물조차 들어올 수 없는 복도우산을 든 손과 들지 않은 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과 시인은 함께 읽었다비에 젖은 몇 편의 시를 -나희덕 시 '그들이 읽은 것은' 중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역시, '밀드레드'와 누군가의 차 안에서의 대화다. 두 사람은, 진작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꺼내기도 하고, 상대가 그 말을 하지 않았어도 이미 알고 있는 무언가에 대해 환기시키기도 한다. 지난날 주고받았던 말들에 관해 돌이키기도 한다. 아직 '안젤라 헤이스 사건'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닌 상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깨달았을 것이다. 무심코 뱉은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 말들의 무게를 삶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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