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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이란 게 있다면, 그때는 딱히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닌 아빠. 어쩌다 전화가 오면 영화 대사처럼 정해진 마디가 있다. 별 일 없쟤? 빈도는 적지만 하나 더 있다. 형아랑은 전화해봤나? 아 카톡했어요. 그랬더니 영주 한 번 왔다 가란다, 형은 그때 시간 된다고. 네 저도 괜찮을 거 같아요. 나는 가족에 있어서는, 별 일 없는 편이 대체로 좋다고 믿는 편인데, 그건 가족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반찬은 있는지, 쌀은 있는지, 퇴근은 일찍 했는지, 엄마와의 통화도 대체로 그런 이야기들이다. 이번 달에도 한 번 내려왔다 가라시는 걸, 토요일마다 일이 있어서 어렵다고 했었다. 명절 아니면 굳이 집에 자주 왕래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한 번쯤은 별 일을 만들어보게 된다. 서울 아들, 부산 아들이 저마다 비싸게 구니 부모에게는 그 바쁨이 쓸쓸.. 더보기
구름 속의 지도, 지도 속의 구름 8월 초 개봉할 의 속편 제목이 '인과 연'이라는 것을 무심히 보다가 나는 정말로 '인(因), 연(緣), 과(果)'를 다루는 영화로 애착을 갖고 있는 (2012)를 떠올렸다. 그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와 방식, 그리고 원작 모두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특히 각별한 영화인 이유는 '블로그'를 하기로 하고 나서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쓴 영화이기 때문이다. 5년 전의 일이다. 물론 지금 다시 읽으면 도대체 저런 글을 쓴 게 내가 맞나 싶을 만큼 미문들과 미숙한 접근들로 가득한데, 그래도 가끔 꺼내어 살펴보면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하나의 세상에 실눈을 뜨기 시작한 내가 거기 있다. 처음의 블로그 제목은 '지니의 영화 V:U'였다. 퇴사를 하고 나서 백수 생활이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지고 있다. 무언가를 하고는.. 더보기
짧은 평이나 별점을 요즘 잘 쓰지 않는 이유 2018년 상반기 사적인 영화 10편에 덧붙여- 쓰리 빌보드_★ 10/10무너진 자리에서 일으켜 시작되는 여정, 쓰디 쓴 현실의 삶 곳곳을 고루 헤아리는 달인의 경지, 사람을 믿지 않지만 세상을 믿어보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_★ 10/10가장 뛰어난 원작 각색의 한 가지 사례, 순수한 애정이 세상에 영향을 주기까지의 과정, 좋아하는 일을 간직하고 추구하는 모두를 향한 영화적인 응원.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_★ 10/10스스로를 한없이 겸허하게 여기면서 세상과 타인을 항상 존중하는 작가의 이야기, 확고하지만 부드러울 줄 아는 태도, 삶과 밀접하게 닿아 교감하는 예술의 아름다움. 원더스트럭_★ 9/10일상의 조각들이 어떻게 인생의 그림으로 맞춰져가는지에 관하여, 오랜 예술의 탄생에 관하여, 잊히거나 단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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