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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머문 이야기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김금희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에 관해서라면 여러 차례 언급해왔지만 오늘도 한 번 더 써야겠다. 예약판매 후 2주 정도를 기다려 『복자에게』를 받은 날. 어떤 작가나 작품을 좋아하는 건, 그(들)의 존재가 단지 호감이나 매력 같은 것만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매 순간 나아가면서도 한결같은 방식으로 거기 그 자리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를 읽었을 때나 『경애의 마음』을 접했을 때나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을 만났을 때나 계속해서 한 작가를 좋아하는 작가의 목록 맨 앞에서 언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 같은 것을 느끼곤 한다. 이 이야기도 종종 언급했던 것이지만 이것 역시도 오늘 한 번 더 써야겠다. 나는 픽션을 쓰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렇게 마음을 다해 하나의 세계를 만.. 더보기
이병률 시인 새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문학동네, 2020) 새 시집을 고르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제목과 목차를 본다 - 첫 시와 마지막 시를 본다 - '시인의 말'을 본다 - 뒤표지의 글 혹은 발문, 해설을 살핀다. (종종 읽지 않은 시집의 해설이나 발문을 즐겨 읽는 편이다.) 그것들 중에서 일정 부분이 마음에 든다면, 내게 그 시집은 대체로 마음에 드는 시집이 된다. 물론, 좋아하는 시인의 경우라면 그 무엇도 볼 필요가 없다. 이번 이병률 시인의 새 시집도 마찬가지여서 판매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주문했다. 시인의 말을 읽었고 목차를 훑었으며 첫 시와 마지막 시를 보기 전에 발문을 먼저 읽었다. 서효인 시인이 썼다. "그 수인사를 건네는 손등과 팔꿈치와 어깨 곳곳에 묻은 슬픔을 시인은 안다. 그 슬픔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도 익히 안다. 아는 만큼 시가 될.. 더보기
이근화 시인의 신작 산문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마음산책, 2020) 아는 사람은 아는 내 취향 중 하나라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쓴 산문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것에 가까운 신뢰'인데, 이 여름의 끝무렵에서 또 한 권 소중한 산문집을 만났다. 이근화 시인의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난다, 2015)을 읽은 것도 벌써 다른 해의 일이다. 신간인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마음산책, 2020)에는 '이름 없는 것들을 부르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아이들과의 일상부터 시, 영화 등에 이르기까지 연민, 사랑, 연대, 예술가 등을 아우르는 주제와 화두로 쓰인 글들이 가득하다. (이 책 표지에 쓰인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을 엮은 작품집도 얼마 전 나왔다고 한다.) "'나'란 온전히 이해되지 않아 어리석게도 매번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건 두려움에 맞서 싸.. 더보기
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 [JOBS 잡스 - NOVELIST 소설가] "하지만 분명한 점은 지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쓴다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저도 확신할 순 없습니다. 열 권 쓴다고 해서 잘된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럼에도 지금은 쓸 수 있기에 써보는 것이죠. 달과 별처럼 누군가는 우리를 응원하고 있을 테니." (김연수) 소설가 요나스 요나손, 정세랑, 마르크 레비, 장강명, 로셀라 포스토리노, 정지돈, 가와카미 미에코, 김연수의 인터뷰가 실린 . 7년 전 영화에 대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김혜리, 정성일, 이동진, 신형철, ... 등의 이름들을 달과 별처럼 떠올리며 그들의 문장들을 생각했다. 소설은 쓰지 않지만 지금은 여러 소설가들의 이름도 생각한다. 쓰는 행위는 문장만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방향, 가치관까지 만드는 일이다. 나날이 실패.. 더보기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읽기 -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읽기가 주는 역량에 대해 다시 얘기하면, 긴 글을 읽는 게 지루하고 재미도 없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나를 간단하고 명료하게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사람에게 중요한 능력이,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미 충분히 복잡하며, 단순화되지도 않을뿐더러 단순화하는 게 좋은 것도 아니에요. 단순하게 인식하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선악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요. 학문의 세계에서는 복잡성의 과학 등이 등장하면서 진리는 단순하다는 인식을 경계하는 분위기인데, 대중적으로는 여전히 진리는 단순하다느니 명료하게 인식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복잡한 현상을 복잡하게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이것은.. 더보기
더 나쁜 쪽으로 향하지 않으려는 이야기: 2020년 02월 02일의 작은 기록 2020년 02월 02일. 좋아하는 서점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샀다. 근래 읽은 '작가의 말' 중 손꼽을 만큼 기억해두고 싶은 말이라 적어두기로 했다. 정세랑의 『지구에서 한아뿐』과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었을 때의 그 경이와 설렘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리고 좀 더 멀게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든지 『숨』이라든지, 어니스트 클라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든지. 또 아니면 듀나, 장강명, 배명훈, 어슐러 르 귄, 필립 K. 딕과 같은 수많은 다른 이름들. 이 세상에 없는 것이나 이 세상에 없을 것을 사랑한다는 건 한편으로 그만큼 이 세상에 그것이 필요하다는 상상을 하는 일이기도 하겠다. 삶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언행에는 일말의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보기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며 시인은 시를 쓰네 "붉음이 점차 짙어지는 순간을 우리는 하루에 한 번씩 맞이한다. 저녁이 밤에게 자신을 내어줄 때이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이들은 시인이 된다. 박준도 그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 이 세계와 만나는 자리에서 결국 우리들은 우리를 글썽이며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 그래서 저녁이면 만나서 밥과 술을 먹고 서로 택시를 태워주며 헤어지다가 문득, 당신이 생각날 때. 그런 마음들이 애잔해지는 이런 시들을 쓰고 싶다. 바로 다음과 같은 시. (...) 그러니 세계야, 나는 널 버리지 않을 거야. 나의 간절한 것들의 깊은 눈을 모아다가 그냥 시를 쓸 거야. 그러니 세계야, 계속 날 불편하게 해줘. 내가 젖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당신을 응시하며, 그리고 어제 해결하지 못한 눈물을 젖은 모자에 집어넣으며 그냥 쏘.. 더보기
읽고 있는 책과 읽은 책들에 관하여 기록하기: 책모임 '리스본 독서실'에서 오늘의 [리스본 독서실]에서는 북클럽문학동네의 필사 이벤트 덕에 다시 꺼낸 신철규 시인의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그리고 팝 음악 덕질의 일환으로 접하게 된 박준우 작가의 책 『노래하는 페미니즘』을 읽었다. 부제는 '니나 시몬부터 비욘세까지 페미니즘과 연대하는 팝뮤직'이다. 팝 음악의 태동기인 1940년대 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빌리 홀리데이, 니나 시몬, 돌리 파튼, 마돈나, 자넷 잭슨, 신디 로퍼에서부터 비욘세, 레이디 가가, 케이티 페리, 테일러 스위프트, 케샤 등에 이르기까지. 주요 아티스트들이 발표한 노래의 가사, 뮤직비디오, 디스코그래피, 아티스트의 생애와 장르의 변천 등을 페미니즘의 흐름과 연결해 서술한 책이다. "사실 이렇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고 활동.. 더보기
'서점, 리스본'의 7월 [리스본 독서실] 기록 서점, 리스본의 7월 [리스본 독서실] 독서기록도 간략히 남겨두기로 한다. 기록을 쌓아두고 보니 한 달 간 꽤 많은 책을 직, 간접적으로 소개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누가 보든 간에 6월에 이어 7월에도 남겨놓게 된다. 나는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2019), 로런스 블록 외 17인, 『빛 혹은 그림자』(문학동네, 2017), 어슐러 르 귄, 『밤의 언어』(서커스출판상회, 2019), 빅토리아 윌리엄슨,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바다출판사, 2019), 허수경 외 48인, 『당신의 사물들』(한겨레출판, 2015)을 읽었다. 아래는 모임에서 다른 분들이 읽고 소개한 책들이다. 중복되는 책은 한 번만 적었다. 혹시나 목록에 빠진 게 있을 수 있다. 박막례, 김유라,.. 더보기
[서점, 리스본]에서의 3월 '리스본 독서실'을 마치고 작년 11월을 시작으로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는 [서점, 리스본]의 '리스본 독서실'을 3월에도 마쳤다. 이미 좋은 것을 더 좋다고 말해 무엇하나 싶다가도, 좋은 건 공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다시 후기를 남기게 된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헤아리기 위하여, 우리는 오늘도 책을 읽고, 오늘도 이야기를 나눈다. 타인으로부터, 내가 겪을 수 없는 경험을 공유하고 내가 해볼 수 없는 생각을 배우기 위하여. 그리하여 나는 4월에도 독서실 모임을 다시 방문하게 되는 것이고, 그리하여 이야기는 함께 계속되고. (2019.03.22.) "모두가 너무나 다른 만큼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서로에 대해 대화와 경험이 부족할 때 이해의 과정은 더욱 험난해진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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