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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 새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문학동네, 2020) 새 시집을 고르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제목과 목차를 본다 - 첫 시와 마지막 시를 본다 - '시인의 말'을 본다 - 뒤표지의 글 혹은 발문, 해설을 살핀다. (종종 읽지 않은 시집의 해설이나 발문을 즐겨 읽는 편이다.) 그것들 중에서 일정 부분이 마음에 든다면, 내게 그 시집은 대체로 마음에 드는 시집이 된다. 물론, 좋아하는 시인의 경우라면 그 무엇도 볼 필요가 없다. 이번 이병률 시인의 새 시집도 마찬가지여서 판매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주문했다. 시인의 말을 읽었고 목차를 훑었으며 첫 시와 마지막 시를 보기 전에 발문을 먼저 읽었다. 서효인 시인이 썼다. "그 수인사를 건네는 손등과 팔꿈치와 어깨 곳곳에 묻은 슬픔을 시인은 안다. 그 슬픔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도 익히 안다. 아는 만큼 시가 될.. 더보기
[1인분 영화] ‘더 임파서블’ – 일상의 부재(상) (2020.09.02.) (...) 또 하나 ‘보통의 재난 영화에 없는 것’을 지금 말하면 다소 영화의 중요한 내용을 미리 누설하는 것처럼 될 수 있으므로 이것은 조금 뒤로 미뤄두도록 하고, 은 그 재난의 실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거대한 스펙터클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지금 중요한 건 당장 영문도 모른 채 눈앞에서 집채만 한 물에 휩쓸리게 된 인물이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감이니까요. (...) 일상의 부재 상황이 아니고서는 경험하고 깨달을 수 없는, 일상의 가치가 있다. 수많은 재난 영화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좀 더 눈여겨볼 만한, 오래 담아두고 싶은 또 다른 재난의 영화가 있다.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9월호의 첫 번째는 '일상의 부재'(상)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2)에 관해 .. 더보기
[1인분 영화] ‘매기스 플랜’ – 생각 면허증 (2020.08.31.) (...) ‘매기’가 대뜸 묻습니다. “왜 수학자가 되지 않았어?” 그는 지금 수제 피클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거든요. ‘가이’가 이렇게 대답해요. “수학자가 되고 싶다 생각하지는 않았어.” 그 대답은 이렇게 끝납니다. “단지 수학이 아름다워서 좋아한 것뿐이야.” (...)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의 8월호 마지막 글을 보냈다. '생각 면허증'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5)에 관해 썼다.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8월의 이메일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9월호는 9월 2일(수)부터 첫 글을 발행합니다. 내일인 9월 1일 중 신청이 잘 되었다는 안내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과월호는 이번주 중, 해당 월의 원고 전체를 하나의 이메일에 파일로 묶어서 보내드립니다. 더보기
[1인분 영화] ‘작은 아씨들’ – 150년 전 이야기가 지금 다시 필요한 이유 (하) (2020.08.28.) (...) 결국 150년 전에 먼저 나온 이 이야기가 지금도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에, 그리고 여러 차례 이루어진 기존 각색들을 지나온 그레타 거윅의 각색에 담긴 태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을 만나고 나면 (...) 이런 작품을 통해, 수많은 선배 예술가들이 닦고 걸어온 길을 토대로, 고전을 바탕으로 또 하나의 현대적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8월호 열두 번째 글은 '150년 전 이야기가 지금 다시 필요한 이유'(하)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9)에 관해 이어서 다뤘다.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9월호 구독 신청은 8월 31일(월)까지 열려 있답니다. :) ) 더보기
이근화 시인의 신작 산문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마음산책, 2020) 아는 사람은 아는 내 취향 중 하나라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쓴 산문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것에 가까운 신뢰'인데, 이 여름의 끝무렵에서 또 한 권 소중한 산문집을 만났다. 이근화 시인의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난다, 2015)을 읽은 것도 벌써 다른 해의 일이다. 신간인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마음산책, 2020)에는 '이름 없는 것들을 부르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아이들과의 일상부터 시, 영화 등에 이르기까지 연민, 사랑, 연대, 예술가 등을 아우르는 주제와 화두로 쓰인 글들이 가득하다. (이 책 표지에 쓰인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을 엮은 작품집도 얼마 전 나왔다고 한다.) "'나'란 온전히 이해되지 않아 어리석게도 매번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건 두려움에 맞서 싸.. 더보기
[1인분 영화] ‘작은 아씨들’ – 150년 전 이야기가 지금 다시 필요한 이유 (중) (2020.08.26.) (...) 이 작품이 이 아니라 인, 가 아니라 이라는 제목을 가진 많은 이유들 중 하나가 여기 있을 거예요. 조지 엘리엇의 『플로스 강변의 물레방아』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보다 8년 앞선 1860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영화 속 ‘조’가 올컷 본인을 모델로 한 캐릭터인 만큼 시기적으로 알맞지만 (게다가 은 시점상 현재와 7년 전 과거를 수시로 오갑니다) 더 중요한 건 시기만이 아니라 내용인 것 같아요.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따던 그 꽃들이 매년 돌아오는 봄마다 다시 피어나는 일. 물론 우리가 지난 봄에 봤던 꽃과 이번 봄에 보는 꽃은 같은 ‘그 꽃’은 아니겠지만, 유년의 시간들이 어떻게 나를 넘어 ‘우리’의 삶을 만드는지에 관해 이보다 아름답게 표현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요. (...) 이메일.. 더보기
[1인분 영화] ‘작은 아씨들’ – 150년 전 이야기가 지금 다시 필요한 이유 (상) (2020.08.24.) (...) “루이자 메이 올컷. 그녀는 다음 세기로 우리를 이끌었던 사람 중 하나였어요. 20세기가 그녀를 통해 도달하고 있었고, 그녀에게 ‘우리는 여성들을 위해 과거와는 다르게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던 거죠.” -그레타 거윅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8월호 열 번째 글은 '150년 전 이야기가 지금 다시 필요한 이유'(상)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9)에 관해 썼다.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9월호 구독자 모집은 8월 31일까지 열려 있습니다. 더보기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영화가 할 수 있는 일: 영화 '테넷'(2020)에 관하여 (리뷰라기보다는 생각나는 대로의 끼적임) 결국 한없이 높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시네마'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속절없이 앉아 1초에 24 프레임의 죽음을 바라보는 일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 자체보다는 그들이 속해 있는 서사와 그것이 만들어지는 구조 자체가 더 인상적이라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 언제나 비선형적 서사가 추구해볼 수 있는 극한의 구조적 복잡성이나 서술 트릭을 통해 어떤 효과를 만들어냈는데, (2020)도 그런 면에서는 마찬가지다. 인류의 생존이 시간과 공간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 달려 있는 세상에서, 일어날 일이 예정대로 일어나는 것 같지만 인물들은 그것에 대해 한 번 더 물어보고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달려 나간다. 그리고 위험을 무릅쓴다. 150분의 상영시간 안.. 더보기
[1인분 영화] ‘레이디 버드’ – 만약 이게 내 최선이라면? (하) (2020.08.21.) (...) 의 말미에서 뉴욕에 간 ‘크리스틴’이 경험하는 건 어떤 환상적인 사건이 아니라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구나’ 정도의 심드렁한 감상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우리는 매 순간이 자신의 최선이라고 믿으며 살아갈 수밖에요. 혹은, 스스로의 최선이라고 말해볼 순간이 잠시나마 있다는 게 다행일지도요. 어디에나 마찬가지로 사람이 산다는 건, 어디서나 ‘내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할 테니까요.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8월호 아홉 번째 글은 ‘만약 이게 내 최선이라면?'(하)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7)에 관해 이어서 썼다.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더보기
[1인분 영화] ‘레이디 버드’ – 만약 이게 내 최선이라면? (중) (2020.08.19.) (...) 지금까지 나열한 실망의 종류들은 모두 결과에 해당합니다. 혹은 결론이거나요. 자신이 지금 어떤 위치에 ‘놓여’ 있고, 자신의 외모 등이 현재 어떤 ‘상태’라고 규정하는 것. 다시 말해서 이런 것들은 모두 본인이 선택할 수 없이 오로지 태어날 때부터 갖춘 채 살아온 요소들인데,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8월호 여덟 번째 글은 '만약 이게 내 최선이라면?'(중)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7)에 관해 썼다.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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