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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모든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처럼 달리는 일 - 영화 ‘플래시’(2023) 리뷰 (...) 어쩌면 해묵은 테마일 수도 있겠으나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배트맨으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은 배리 앨런이 플래시의 능력으로 변화시키려 하는 것에 대해 직접적인 조력자이자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토니 스타크와 피터 파커의 관계와 유사하다) 우연히 하루 전 있었던 일로 다녀온 배리에게 브루스는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은 물론 과거의 상처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배리는 스피드포스를 계속 사용해 더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고, 그 결과로 생겨난 우주의 균열은 속 조드 장군을 재림하게 만든다. ⠀ 갖가지 유머와 액션들을 지나 플래시/베리(들)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후반부 일련의 일들은 그것이 꼭 수퍼히어로 혹은 메타휴먼만의.. 더보기
거기 깃든 마음들은 모두 잘못되지 않았다: 영화 ‘성덕’(2021) 리뷰 “좋아하는 마음 자체를 단절시킬 수 있다면 더없이 깔끔하겠지만, 예측할 수 없음으로 앞으로 올 사랑을 포기하는 일은 내 머리와 가슴 어느 구석에서도 겉도는 다짐에 불과할 것이었다. 나는 씁쓸하게 마음 단속을 하기보다는 그냥 지금의 나를 좀 더 인정하고 홀가분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었다.” - 윤혜은, 『아무튼, 아이돌』에서 (제철소, 2021, 188쪽) ⠀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은 언제나 과정 자체로서 소중한 것이지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 전부를 결론적으로 재단하거나 축약해서는 안 될 것이겠지만, ‘덕후’의 마음이 오래되고 깊어진 만큼 그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 사람이었는지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같은 물음에서 시작해 어떤 경우에는 그에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인 .. 더보기
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2020) 어느 날엔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나'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 말을 하기 전에 그 개요와 다음에 이어질 말 따위를 몇 가지 생각해두는 것은 내 오랜 습관이자 천성이기도 했다. 상대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떡할지, 썰렁해지거나 정적이 흐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같은 만약을 가정하는 것도 그렇고, 의도하고 예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면 당황하고 식은땀이 나는 것도. 영화 (2020)의 주인공 '아드리앵'(벤자민 라베른헤)의 모습을 보면서, "항상 내 세계에 갇혀 있고 산만하며 머릿속에서 딴생각을 하던 아이였다"라며 스스로에 대해 고백한 로랑 티라르 감독의 인터뷰를 보며, 어쩐지 낯설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애인이 잠시 시간 좀 갖자며 관계의 휴식을 선언한 지 38일째, 잘 지내냐는 문자를 보냈고 상대.. 더보기
삶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수학자의 태도: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 리뷰 (...) "틀린 질문에서는 옳은 답을 얻을 수 없다" 위와 같은 대사에서 직접적으로 발화되듯 는 상업 영화의 틀 안에서 비교적 명확하고도 친절한 메시지를 주입하지 않는 화법으로 담아낸다. ‘지우’에게 ‘과학관 B103’에서 밤마다 수학을 가르치는 ‘학성’은 자주 “성적에는 관심 없다”라는 말을 한다. 그의 지론은 이렇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단지 공식만 외워서 그에 문제를 끼워 맞추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 문제를 골똘히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하고, 사랑을 하듯 문제와 숫자를 가까이 두고 살펴야 한다. 이런 장면이 있다. 대뜸 칠판에 직각 이등변 삼각형을 그리는 ‘학성’. 높이는 ‘6’이고 밑변의 길이는 ‘10’이다. 이때 넓이는? 넓이를 구하는 공식에 의해(6*10/2) ‘지우’는 30을 답하고 ‘학.. 더보기
영화 '나일 강의 죽음'(2022) (...) ⠀ 의 '에르큘 포와로'는 마치 눈 감고도 (코난에 의해 졸면서) 모든 걸 꿰뚫는 '명탐정 코난' 속 유명한 탐정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모든 걸 한방에 해결하는 인물이 아니다. 영화 속 범죄에는 사랑이라는 테마가 중요하게 개입되는데, '포와로'는 사랑에 대한 자기 경험을 토대로 용의자들의 감정에 대해 추리하기도 하고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영화 속 일련의 사건들의 주변인으로서 직접 발로 뛰며 스카프, 권총 등 단서들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관계된 자들을 한 명 한 명 직접 심문하고 그들의 알리바이를 파헤치며,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요컨대 그는 천재적인 두뇌와 예리한 판단력을 앞세워 모든 걸 일거에 해결하는 초월적인 인물이 아니라 관객.. 더보기
영화 ‘노웨어 스페셜’(2020),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 병으로 죽어가는 ‘존’(제임스 노턴)은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이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좋은’ 가정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사회복지사와 함께 입양을 원하는 몇 군데의 가정을 방문하는 동안에도 아들은 아빠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존’이 (‘마이클’과 함께) 찾아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환경과 상황에 있다. 어떤 교육이든 시켜줄 수 있는 부유한 부부도 있고 이미 수많은 입양아들을 대가족으로 끌어안은 부부도 있다. 임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이도 있고, 이미 아기용품들까지 구비해놓은 채 어린 아기를 원하는 부부도 있다. ⠀ (2020)이 다루는 화두와 그로부터 이끌어내는 감정은 표면적으로는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더보기
'싱크홀'과 '모가디슈' (왓챠 코멘트) 웃자고 가볍게 쓰신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영화 마케팅과 배급 업계에 종사했기에 적어주신 내용 중 일부가 사람들에게 부정확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되어서 조금이나마 코멘트를 덧붙입니다. 1) 우선 극장 관계자는 철저히 '될 것 같다'라고 자신들이 판단하는 영화에 스크린을 편성합니다. 많이 편성해줬는데 관객 반응이 썰렁한 영화가 있고 별로 편성 안 해줬는데 좌석 판매율이 높아서 2주차 이후에 상영관을 늘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영진위 통합전산망에는 아예 멀티플렉스 체인별 상영 현황이 상영관 수와 퍼센티지로 일자별로 잡히고, 매주 십수 편의 영화가 개봉하는데 특정 배급사가 특정 영화를 가지고 특정 극장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만약 가능하다고 해도. 극장에 쓸 돈이면 차라리.. 더보기
선댄스영화제 4관왕 화제작, 음악 영화 '코다'(2021) 리뷰 (8월 31일 개봉) 조업을 하는 아빠 '프랭크'와 오빠 '레오'를 도와 새벽 일찍 바다에 나가고 오후에는 학교에서 비몽사몽 수업을 듣는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루비'에게 어느 날 교내 합창단에 들어갈 기회가 찾아온다. 동아리 신청을 하는 시즌. 같은 학교의 '마일스'에게 순간적으로 이끌린 것인지, '루비'는 그를 따라 합창단에 들어간다. 같이 있던 친구 '거티'의 반응이 중요하다. "네가 노래를 해?" 1.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재능 사소하게 지나가는 초반부이지만 '거티'의 저 반응은 이 영화에서 '루비'가 노래를 하게 되는 이유와 직결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너 노래 잘해?", 다른 하나는 "무슨 노래 할 건데?"다. 전자는 노래 실력을 묻는 것이고 후자는 (장르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묻는 것이다. 노래와.. 더보기
괜찮아요. 다들 잊고 사니까요. : 영화 ‘애플’(2020) 리뷰 (...) 영화 오프닝은 몇 장의 사진 혹은 컷으로 시작된다. ‘쿵’, ‘쿵’ 하는 소리가 몇 차례 들린다. 마치 컷을 나누는 효과음처럼 들렸던 이 소리는 사실 주인공 ‘알리스’(알리스 세르베탈리스)가 벽에 이마를 부딪히는 소리다. 처음 제시되는 몇 개의 컷들은 마치 ‘알리스’가 지니고 있는 기억들의 파편처럼 다가오는데, 이는 영화 엔딩에 이르면 다시 중요해진다. 같은 이미지도 도입부에서 무방비 상태로 마주했던 것이 이 하나의 서사를 만나고 나면 같지 않은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어쩌면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자연스러운 속성이리라. 집을 나선 뒤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던 ‘알리스’는 잠이 들었다 종점에서 깨어난다. 버스 기사가 그를 깨우고, ‘알리스’는 자신이 어디에서 내리려고 했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기.. 더보기
케이트 블란쳇 제작, 5월 26일 개봉 영화 ‘애플’(2020) 리뷰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 (2020)은 그의 필모그래피로 보나 영화의 작법과 소재를 펼치는 개성으로 보나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를 어렵지 않게 떠올리게 한다. 기억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우화처럼 만들어내는 데 있어 인물의 기억을 상실시키는 방식으로 그것을 더 깊이 들여다본다. ⠀ 이 정체성이 곧 기억에서 비롯한다는 관점을 지닌 영화라면, 과거를 잊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는 일은 영화 속 의사의 제안처럼 '인생을 새로 배우는' 일일까? 기억은 단지 입력된 정보이기만 한 게 아니라 그것들에 관한 감정도 포함된다. 버스 내릴 곳을 잊고 특정한 노래를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어떤 영화 이야기((1997))를 기억하고 이름 모를 낯선 이의 장례식을 보며 눈물 짓는 일이, 꼭 멀어지는 풍경 앞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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