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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런 온] 16회(최종회) 메모 - 다음주에 17, 18회 해주실 거죠? "미안해. 내가 네 세계로 들어가면 됐는데 너를 내 세계로 끌어들여서. 너는 결승선을 향해 가는데 나는 반환점을 향해 가서. 미안해." "대표님이 미안하기로 결정했으면 난 최대한 미뤄볼 거야. 미뤄보려고." "어때요?" (한숨) "아니, 레시피대로 음식을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맛이 아니야. 그러면 그 레시피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음식을 하는 내가 잘못된 걸까?" "아니요 아니요, 맛있기만 한데요? 되게 맛있는데." "헐, 상냥해. 딴 반찬들도 먹어요." "네." "근데, 나 위로해 주는 거예요?" "내가 왜 위로를 해 줘요?" "내가 지금 위로받고 있는데." "왜 또? 무슨 일 있었어요?" "우리 누나요. 우리 누나는 나보다 훨씬 더 아버지한테 사랑도 받고 또 그만큼 정신적 학대도 많이 받았어요. 아버.. 더보기
지나올 가치가 있는 세 시간 반에 걸친 영화 여정: 아니, 어쩌면 그게 삶 자체일지도 - '아이리시맨'(2019) 이제 더 숨길 것도 숨길 대상도 없는 이야기들을 프랭크 시런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요양원 휠체어에 앉아 여전히 꽁꽁 숨기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오직 영화의 카메라 앞에서만 꺼내어진다. "듣자 하니 자네가 페인트칠을 한다던데"로 시작하는, 세 겹쯤 겹쳐진 수십 년 세월의 회고담에서 프랭크 시런은 철저히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다. 자기 견해를 적극 피력하지도, 하달받은 일 앞에서 주저하지도 않으며 나이 들어간 그에게 남은 건 오직 '죽음을 기다리는 일' 뿐인 것처럼 보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시네마의 일회적 체험(singular experience)은 여전히 보호돼야 한다고 본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과연 일생을 한 편의 작품에 요약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의 대답.. 더보기
나날이 더 넓은 세계를 만나는 '블랙핑크'의 무대 뒤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2020) (...) 그럼에도 는 이미 블랙핑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보다는 막연히 노래 몇 곡 정도만 들어본, 혹은 그들에 대해 궁금한 이들에게 적합한 다큐멘터리다. 연습생 시기부터 데뷔 후 지금까지 를 돌아보며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각 멤버들의 인터뷰는 물론, 오디션 장면과 데뷔 전 안무 연습 장면 등의 영상 풋티지를 비롯해 북미와 동남아, 유럽을 포함한 월드 투어 당신의 생생한 실황들까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걸어온 길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전망을 보는 이들의 감상에 전적으로 맡기는 이 다큐멘터리의 분량을 떠나 구성 자체는 나쁘지 않다. 치열하게 일상을 보내며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경험하는 지수, 제니, 로제, 리사 각 멤버들의 이야기에 누군.. 더보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에밀리의 갑자기 파리에서 살아남기 (...) 매 회차마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로 등장하지만 앞서 지칭한 '과정'이라는 건 사내에서의 냉대나 멸시에도 당당하게 광고 속 성적 대상화를 광고주에게 이야기하는 일이나 큰 목표 없이 시작한 소셜미디어 계정을 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고 기회를 포착하는 수완 같은 것을 떠올려볼 수 있다. 스테레오 타입이나 클리셰 같은 단어도 결국 그 자체가 문제인 게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에 달린 것이라 보기에 [에밀리, 파리에 가다] 속 '에밀리'의 행적은 오히려 예측 불가능하면서 자신에게 호의적이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고 그것을 가시적으로 증명해내는 일로 보였다. 환상과 꿈으로만 가득해 보였던 처음의 '에밀리'도 이제는 위기 대처력을 길러내고 자립의 방식을 찾는 동시에 주변 사람을 .. 더보기
'롤플레잉 게임'은 게임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 스코어' 리뷰 (...) 예를 들어 [하이 스코어] 3화에는 LGBTQ를 중점적으로 다룬 최초의 롤플레잉 게임인 '게이블레이드'(GayBlade, 1992)가 언급되는데, 1980년대 말부터 동성애를 향한 혐오가 사회적으로 컸을 당시, 그 게임은 '돈가방을 든 목사', '극성 보수파' 등을 몬스터로 등장시켜 그들을 없애는 스토리를 다뤘고 당시 대표적인 동성애 혐오자였던 미국의 언론인이자 정치인 팻 뷰캐넌(Pat Buchanan)이 '최종 보스'였다. 게임을 플레이 한 사람들은 개발자인 라이언 베스트(Ryan Best)에게 수많은 감사편지를 보냈다. 그 게임을 하는 동안 웃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이 시기에 이르면 롤플레잉 게임은 단지 '시간을 때우는' 킬링타임 콘텐츠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과 그의 '아바타'가 서로 .. 더보기
대부분 실패하고 어쩌다 간신히 성공하는 순간들: 넷플릭스 영화 '맹크'(2020) "오슨이 왜 공동 각본가죠?" "바로 그게... 영화의 신비랍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불참한 맹크는 그게 영화의 신비라고 답했다. 대부분 실패하지만 어쩌다 간신히 성공하는, 작고도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는 협업의 정수가, 2시간에 담을 수 없는 인생을 다만 어떤 하나의 인상으로나마 표현해내는 순간들이, 그렇게 영화를 만든다. 그 영화는 또 다른 영화들에 의해 결국 잊히고 옛 시대의 산물로 남는다. 하지만 그 루이스 메이어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MGM에는 하늘의 별보다도 스타가 많다고 하지. 믿지 말게. 우리 스타는 하나야, 사자 리오. 절대 잊지 마. 그걸 잊는 스타들은 여기 못 있어." 'Leo The Lion'은 MGM스튜디오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 더보기
[1인분 영화] ‘버드 박스’ – 희망을 잃은 세상에서 (2020.09.30.) (...) 5년의 시간 동안 '맬러리'는 살아있음의 희망 같은 건 완전히 소진해버린 듯 오로지 '생존'을 위한 갖가지 요령들만을 습득했습니다. 아이들이 금방 죽기라도 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그들은 이름도 '보이'와 '걸'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꿈과 동화보다 눈가리개를 언제 벗을 수 있는지, 집 바깥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주입받아왔습니다. '맬러리'는 그래서 세상 어딘가에 생존자들이 더 있고 '그것'에 맞설 수 있다고 믿는 '톰'(트레반테 로즈)과 의견 충돌을 빚기도 해요. 몇 번의 위기를 넘기며 가까스로 몇 해를 생존했지만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곳도 점점 줄어들고 심지어 '그것'을 봐도 자살하지 않는 어떤 정신이상자 무리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강제로 눈을 뜨게 하고 '그것'을 보게 만들기도 합.. 더보기
소셜 미디어의 명과 암 분명히 이해하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2020)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아서 C. 클라크)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경영학부 수업을 들을 때 종종 흘려들었던 사례 중 하나로, 대략 '네이버는 사용자를 자신의 웹사이트 내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반면 구글은 그것으로부터 떠나 다른 페이지로 가도록 짜여 있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있다. 주로 전자보다 후자를 포털의 좋은 예시로 언급할 때 위와 같은 비교가 쓰인다. 그러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2020)가 말하는 것처럼, 21세기의 IT 회사들이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에 관한 많은 정보를 그 사람 본인도 모르는 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오히.. 더보기
[1인분 영화] ‘먼 훗날 우리’ – 주동우라는 모든 얼굴들과 나 (하) (2020.07.31.) (...) 어쩌면 이 이야기는 아주 평범하고 뻔해질 수도 있었습니다. 만약 2007년부터 10년 동안의 이야기를 큰 변곡 없이 시간 순으로 차근차근 따라갔다면요. 그때는 주동우와 정백연이 아무리 좋은 연기를 했어도 결과물은 밋밋하게 다가왔을 거예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이자 흑백 시점에서 과거이자 컬러 시점을 회상하는 일이 같은 이야기를 다른 맥락으로 만듭니다. 단지 플래시백이 아니라 같은 호텔에 묵게 된 '린첸징'과 '팡샤오샤오'가 과거 주요 시점들을 떠올리며 “그때 내가 진짜 그렇게 말했었단 말이야?” 같은 식으로 지난 일을 상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짜여 있거든요. 게다가 둘은 서로의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미화할 생각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놓쳤던 것은 무엇일까 반추하는 쪽에 가까.. 더보기
[1인분 영화] ‘먼 훗날 우리’ – 주동우라는 모든 얼굴들과 나 (중) (2020.07.30.) (...) 비좁은 단칸방에서, ‘린첸징’이 노트에 초안으로 쓰고 그리는 중인 게임 시나리오 뭉치를 보며 ‘팡샤오샤오’가 자기 의견을 덧붙이는 장면이 있습니다. 약간의 생동감을 위해 해당 대화를 옮겨봅니다. 진하게 표시한 게 ‘팡샤오샤오’ 쪽이고요. “남자 캐릭터 이름은 이언.” “그럼 여자는 켈리겠네. (…) 근데 왜 이렇게 줄거리가 평탄해?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하기만 하잖아.” “불행하면 우여곡절이 생기지.” “우리는 우여곡절이 없으면 좋겠다.” “그러게.” “잠깐, 궁금한 게 있어. 이 게임 속에서 남자가 여자를 못 찾으면 어떻게 돼?” “이언이 켈리를 끝내 못 찾으면 세상이 온통 무채색이 되지.” ​이 대화 직후에 영화는 다시 2018년 현재 시점의 흑백(무채색) 장면으로 전환돼 마치 대화가 위의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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