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썸네일형 리스트형 대부분 실패하고 어쩌다 간신히 성공하는 순간들: 넷플릭스 영화 '맹크'(2020) "오슨이 왜 공동 각본가죠?" "바로 그게... 영화의 신비랍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불참한 맹크는 그게 영화의 신비라고 답했다. 대부분 실패하지만 어쩌다 간신히 성공하는, 작고도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는 협업의 정수가, 2시간에 담을 수 없는 인생을 다만 어떤 하나의 인상으로나마 표현해내는 순간들이, 그렇게 영화를 만든다. 그 영화는 또 다른 영화들에 의해 결국 잊히고 옛 시대의 산물로 남는다. 하지만 그 루이스 메이어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MGM에는 하늘의 별보다도 스타가 많다고 하지. 믿지 말게. 우리 스타는 하나야, 사자 리오. 절대 잊지 마. 그걸 잊는 스타들은 여기 못 있어." 'Leo The Lion'은 MGM스튜디오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 더보기 [1인분 영화] ‘버드 박스’ – 희망을 잃은 세상에서 (2020.09.30.) (...) 5년의 시간 동안 '맬러리'는 살아있음의 희망 같은 건 완전히 소진해버린 듯 오로지 '생존'을 위한 갖가지 요령들만을 습득했습니다. 아이들이 금방 죽기라도 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그들은 이름도 '보이'와 '걸'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꿈과 동화보다 눈가리개를 언제 벗을 수 있는지, 집 바깥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주입받아왔습니다. '맬러리'는 그래서 세상 어딘가에 생존자들이 더 있고 '그것'에 맞설 수 있다고 믿는 '톰'(트레반테 로즈)과 의견 충돌을 빚기도 해요. 몇 번의 위기를 넘기며 가까스로 몇 해를 생존했지만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곳도 점점 줄어들고 심지어 '그것'을 봐도 자살하지 않는 어떤 정신이상자 무리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강제로 눈을 뜨게 하고 '그것'을 보게 만들기도 합.. 더보기 소셜 미디어의 명과 암 분명히 이해하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2020)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아서 C. 클라크)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경영학부 수업을 들을 때 종종 흘려들었던 사례 중 하나로, 대략 '네이버는 사용자를 자신의 웹사이트 내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반면 구글은 그것으로부터 떠나 다른 페이지로 가도록 짜여 있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있다. 주로 전자보다 후자를 포털의 좋은 예시로 언급할 때 위와 같은 비교가 쓰인다. 그러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2020)가 말하는 것처럼, 21세기의 IT 회사들이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에 관한 많은 정보를 그 사람 본인도 모르는 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오히.. 더보기 [1인분 영화] ‘먼 훗날 우리’ – 주동우라는 모든 얼굴들과 나 (하) (2020.07.31.) (...) 어쩌면 이 이야기는 아주 평범하고 뻔해질 수도 있었습니다. 만약 2007년부터 10년 동안의 이야기를 큰 변곡 없이 시간 순으로 차근차근 따라갔다면요. 그때는 주동우와 정백연이 아무리 좋은 연기를 했어도 결과물은 밋밋하게 다가왔을 거예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이자 흑백 시점에서 과거이자 컬러 시점을 회상하는 일이 같은 이야기를 다른 맥락으로 만듭니다. 단지 플래시백이 아니라 같은 호텔에 묵게 된 '린첸징'과 '팡샤오샤오'가 과거 주요 시점들을 떠올리며 “그때 내가 진짜 그렇게 말했었단 말이야?” 같은 식으로 지난 일을 상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짜여 있거든요. 게다가 둘은 서로의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미화할 생각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놓쳤던 것은 무엇일까 반추하는 쪽에 가까.. 더보기 [1인분 영화] ‘먼 훗날 우리’ – 주동우라는 모든 얼굴들과 나 (중) (2020.07.30.) (...) 비좁은 단칸방에서, ‘린첸징’이 노트에 초안으로 쓰고 그리는 중인 게임 시나리오 뭉치를 보며 ‘팡샤오샤오’가 자기 의견을 덧붙이는 장면이 있습니다. 약간의 생동감을 위해 해당 대화를 옮겨봅니다. 진하게 표시한 게 ‘팡샤오샤오’ 쪽이고요. “남자 캐릭터 이름은 이언.” “그럼 여자는 켈리겠네. (…) 근데 왜 이렇게 줄거리가 평탄해?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하기만 하잖아.” “불행하면 우여곡절이 생기지.” “우리는 우여곡절이 없으면 좋겠다.” “그러게.” “잠깐, 궁금한 게 있어. 이 게임 속에서 남자가 여자를 못 찾으면 어떻게 돼?” “이언이 켈리를 끝내 못 찾으면 세상이 온통 무채색이 되지.” 이 대화 직후에 영화는 다시 2018년 현재 시점의 흑백(무채색) 장면으로 전환돼 마치 대화가 위의 .. 더보기 [1인분 영화] ‘먼 훗날 우리’ – 주동우라는 모든 얼굴들과 나 (상) (2020.07.29.) (...) “고향 가는 기차에서 만난 두 청춘. 낯선 도시 베이징으로 돌아와 서로에게 의지한다. 10년 뒤, 다시 찾아온 우연. 그리운 사랑이 부르면, 이번엔 함께 뒤돌아볼까.” -넷플릭스의 영화 소개 내용 주동우와 정백연이 주연한 는 영어로는 ‘Us and Them’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분명 우리였지만, 이제는 우리가 아니라 머나먼 그들이 될 수밖에 없었을 관계를 말하는 걸까요. 영화의 시작은 2007년 춘절 귀향길에 처음 기차 안에서 만난 ‘펑샤오샤오’(주동우)와 ‘린젠칭’(정백연)의 대면을 그립니다. 이 장면은 컬러입니다. 조금 후 영화는 10년 후, 그러니까 현재로 건너뛰고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펑샤오샤오’와 ‘린젠칭’은 다시 만납니다. 이번에는 비행기가 기상 악화로 중도에 운항.. 더보기 [1인분 영화] ‘올드 가드’ – 죽지 않을 수 있는 삶 (하) (2020.07.27.) (...) 이 대목을 언급한 건 ‘앤디’가 ‘나일’의 존재를 안 순간 “왜 하필 지금…”이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 ‘지금’이라는 건 수백 년을 은둔하고 감춰온 자신들의 불사의 능력이 누군가에게 발각되어 쫓기게 되는 시점을 말하며 이때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일’의 존재 역시 그 자체로 자신들은 물론 ‘나일’에게까지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의 매력이 이런 것들에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주 외롭고 고독하고 ‘일’을 할 때를 제외하면 거의 혼자서만 은밀하게 지내는 ‘앤디’와 인물들이 사실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몇 안 되는 동료들의 안전과 안녕을 아주 염려하고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요. 결국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냉혹한 카리스마와 따뜻한 유대감을 동시에 지닌 이 매력적인 인물들의.. 더보기 [1인분 영화] ‘올드 가드’ – 죽지 않을 수 있는 삶 (중) (2020.07.24.) (...) ‘로라’는 어리지만 과거 군 연구기관에서 있었던 일련의 실험으로 인해 ‘로건’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일로 인해 탈출했지만, 그 능력을 노리는 연구소 사람들이 무장한 채 추적해 옵니다. ‘로건’은 늙기만 한 게 아니라 치유 능력 자체를 잃어가고 있었는데, 여러 상황들 속에서 ‘로라’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게 되면서 ‘죽을 수 있는’ 위협에 처합니다.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자가 치유 능력을 가진 캐릭터의 정체성을 단순히 뒤집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 캐릭터와 영화 그리고 코믹스를 통해 오랜 시간 함께한 관객들의 감정을 울릴 수 있기까지 한 아주 훌륭한 방식으로 은 만들어졌습니다. 속 샤를리즈 테론의 ‘앤디’ 역시 과 거의 비슷한 상황에 놓입니다. ‘나일’(키키 레인)이라는.. 더보기 [1인분 영화] ‘올드 가드’ – 죽지 않을 수 있는 삶 (상) (2020.07.22.) (...) 긴 서론을 들여 영화 한 편을 소개한 건 지금 말할 영화도 삶의 유한함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2020)는 같은 제목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원작자가 직접 영화의 시나리오를 각색한 작품입니다. 최근 극장 개봉한 (2019)과 마찬가지로 주연 배우인 샤를리즈 테론이 제작자로도 직접 참여했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라면 배우 샤를리즈 테론의 멋짐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지만, 멋진 사람에 관해서라면 몇 번이고 이야기해도 도통 질리지 않으니까 계속 소개해야겠어요.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앤디’를 비롯해 에는 시리즈의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처럼 상처를 자가 치유하는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총이나 칼을 맞아도 .. 더보기 [1인분 영화] ‘미스 아메리카나’ –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하) (2020.07.20.) (...) 테일러 스위프트의 곡 ‘White Horse’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I should have known I’m not a princess. This ain’t a fairy tale. (…) Now it's too late for you and your white horse, to come around.” 이 곡은 무려 2008년에 나온 테일러의 1집 앨범 수록곡인데 그는 여성 연예인을 향해 세상 사람들이 가하는 잣대를 성인이 되어 본격적으로, 그것도 심각하게 마주하기도 전부터 이미 이렇게 말하고 있었던 거예요. ‘당신이 원하는 공주’가 되지는 않겠다고. 앞서 쓴 바와 같이, 목소리를 또 다른 목소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그리고 그건 영화, 음악, 드라마, 소설, 시, 게임 등. 문화 전..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