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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더 포스트’(2017)에 관한 기록 (…) ‘더 포스트’라는 영화의 제목은 라는 매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단어로서 ‘Post’는 ‘우편’이기도 하고 ‘지위, 맡은 자리’이기도 하다. ‘기둥’이기도 하고 ‘게시물’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 의 뒤’라는 접두사이기도 하다. 2018년 1월 메릴 스트립은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드밀’ 상을 받았다. 당시 수상 소감이 큰 화제가 되었는데, 거기에는 이런 말도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기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괴롭힌다면 그건 우리 모두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흔히 ‘역사가 반복된다’라고 말할 때 그 배경에는 인간의 불완전함이 내포되어 있다. 완전하다면야 실수도 실패도 하지 않겠지만, 한다고 해도 그로부터의 성찰과 분석을 통해 같은 것.. 더보기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라스트 레터' 원고를 쓰느라 영화 속 ‘편지’에 대해 돌이켜 생각했다. 수신인을 잃은 편지는 어디로 가게 되나. 그 자리가 어디이고 누구인지를 말해보고 싶었다. 받는 이가 이제는 세상에 없거나 가 닿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이들의 서신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쓰이고 읽힌다. ‘쿄시로’가 ‘미사키’ 생각에만 갇혀서 다음 소설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하자 ‘유리’는 언니 이야길 계속 써 보라고 말해준다. 언니인 척하면서 편지 쓰기를 계속하다 보니 마치 언니 인생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그러니 누군가가 어떤 사람을 그리워한다면 그 사람은 죽은 뒤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지 않겠냐고. ‘영호’가 우산 만드는 사람이 되고 ‘쿄시로’가 소설 쓰는 사람이 된 건 그러니까 편지의 연장선이다... 더보기
영화 '줄리 & 줄리아' 모임 - 씨네엔드 월간영화인 1. 그레타 거윅의 (2019)에서 '조'에게 '에이미'가 해준 이 말을 오늘 떠올렸다. "계속 써야 더 중요해지는 거야." 돌아보고 생각할수록, 반복해서 볼수록, 그리고 이야기할수록, 더 소중해지는 것이어서. 말하자면 메릴 스트립의 많고 많은 영화들 중 (2009)를 고른 순간에서부터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마친 뒤에 늦은 밤 서로 아쉬움에 각자의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까지. 한 편의 영화를 만나는 경험은 그것의 물리적 상영시간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2. 2002년의 뉴욕 퀸즈의 '줄리'(에이미 아담스)와 1949년 파리의 '줄리아'(메릴 스트립) 사이에서 일어나는 시공간을 넘어선 유대와 교감은 어떻고, 요리와 일상 이야기로 8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은 '줄리아'와 '에이비스'(데보라 러쉬)의 교류는 .. 더보기
박솔뫼 소설 '미래 산책 연습' 메모 "수미는 웃으며 정승의 그런 이야기를 듣다 문득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보일 때, 혹은 차 좀 우리고 올게라고 말하며 뜨거운 물을 컵 안에 따를 때, 그러다 뜨거운 김이 얼굴로 들이닥칠 때 문득 삶이 저곳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그 선명한 당연함을 그 순간 이해하게 되고는 하였다." "우리 모두는 각각 다른 사람으로 각기 다른 순간과 국면을 가지고 각자에게만 생생한 순간들을 살아가는데 우연히 언니와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는 생각, 그리고 그 자리에 친구와 다시 오게 되어서 좋다고 수미는 생각했다. 우리는 웃고 있고 우리는 웃고 있어. 정승은 웃으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고 수미는 웃으며 손을 뻗어 정승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빗나갈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정.. 더보기
'걸어도 걸어도' - 늘 이렇다니까. 꼭 한 발씩 늦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일흔을 넘겼지만, 아직 그때는 건강하실 때였다. 언젠가 그분들이 먼저 돌아가시리라는 것은 물론 알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언젠가’였다. 구체적으로 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는 상황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그날, 무언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른 척했다. 나중에 분명히 깨달았을 때는, 내 인생의 페이지가 상당히 넘어간 후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신 뒤였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 걸어도』 ⠀ 한 시절이 정녕 지나간 것이 맞는지 거기 내내 서서 소실점을 바라보다가도 할 일을 하고 갈 곳을 다시 걸어가는 날들. “늘.. 더보기
김동진의 말 01 - “네 삶 너머에도 너의 이야기는 존재하니까.” _ "네 삶 너머에도 너의 이야기는 존재하니까." (There are days that define your story beyond your life.) [영화 (Arrival, 2016), 드니 빌뇌브]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한 언어학자 '루이스'가 먼 곳을 응시하는 저 표정에는 지나온 수십 년의 시간과 아직 다가오지 않은 더 기나긴 수백 년의 세월이 응축돼 있다. 얕은 산 아래로 내려오는 구름들과 저마다 짐을 꾸리고 분주히 어디론가 떠나가는 사람들. 조약돌 같기도 바위 같기도 한데 또 거울 같기도 한 헵타포드 종족의 비행선들이 지나간 자리. '루이스'는 옆에 선 물리학자 '이안'에게 묻는다. "당신의 전 생애를 다 볼 수 있다면, 삶을 바꿀 건가요?" 바꾸지 못한 것과 바꿀 수 없었던 것들이 연속이 지.. 더보기
디즈니 실사 영화 ‘크루엘라’(2021) 팝콘각 - 라라랜드 엠마 스톤이 흑화했습니다. 디즈니 악당 캐릭터 크루엘라의 실사영화인데 영화 '101마리 달마시안'의 스핀오프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이번 영화에서는 크루엘라 드 빌의 리즈 시절을 다뤘습니다. - 네, 말씀해주신 것처럼 1961년작인 애니메이션 의 실사화인 듯하지만 단지 그 애니를 그대로 옮긴 게 아니라 원작에서 주요 악역인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고 제작은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확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중간에 감독도 바뀌고 그랬고요. 생각나는 작품은 디즈니 실사 영화 중에서도 같은 경우입니다. 의 악역인 ‘말레피센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고 안젤리나 졸리가 이 역할을 맡았었죠. 2014년에 나왔는데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꽤 성공해서, 2019년에 2편이 개봉하기도 했.. 더보기
다시, 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버지도 어머니도 일흔을 넘겼지만, 아직 그때는 건강하실 때였다. 언젠가 그분들이 먼저 돌아가시리라는 것은 물론 알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언젠가’였다. 구체적으로 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는 상황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그날, 무언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른 척했다. 나중에 분명히 깨달았을 때는, 내 인생의 페이지가 상당히 넘어간 후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신 뒤였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 걸어도』 한 시절이 정녕 지나간 것이 맞는지 거기 내내 서서 소실점을 바라보다가도 할 일을 하고 갈 곳을 다시 걸어가는 날들. “늘 이.. 더보기
희망하기를 멈추지 않으며 비가 오길 기다리는 일 :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의 편린들 (...) 입시학원을 다니는 삼수생 ‘영호’가 ‘소연’을 떠올리게 되는 건 수학 문제를 채점하던 중 달리기에 대한 어떤 문제를 틀렸기 때문이다. 문제 속 달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영호’는 자신의 유년을 떠올린다. 결승선을 얼마 앞두고 넘어졌던, 청군과 백군의 달리기. 이미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사람들이 저마다의 승리에 환호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은 거기서 ‘영호’를, ‘참 잘했어요’ 도장을 손등에 찍어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은 기다림이었다. 팔꿈치가 까지고 체육복이 흙투성이가 된 채, ‘영호’는 다시 달렸다. 수돗가에서 ‘영호’에게 손수건을 내민 건 조금 앞서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었던 ‘소연’이었다. 초등학교 내내 같은 반이 된 적도 없었고 말도 제대로 붙여보지.. 더보기
괜찮아요. 다들 잊고 사니까요. : 영화 ‘애플’(2020) 리뷰 (...) 영화 오프닝은 몇 장의 사진 혹은 컷으로 시작된다. ‘쿵’, ‘쿵’ 하는 소리가 몇 차례 들린다. 마치 컷을 나누는 효과음처럼 들렸던 이 소리는 사실 주인공 ‘알리스’(알리스 세르베탈리스)가 벽에 이마를 부딪히는 소리다. 처음 제시되는 몇 개의 컷들은 마치 ‘알리스’가 지니고 있는 기억들의 파편처럼 다가오는데, 이는 영화 엔딩에 이르면 다시 중요해진다. 같은 이미지도 도입부에서 무방비 상태로 마주했던 것이 이 하나의 서사를 만나고 나면 같지 않은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어쩌면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자연스러운 속성이리라. 집을 나선 뒤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던 ‘알리스’는 잠이 들었다 종점에서 깨어난다. 버스 기사가 그를 깨우고, ‘알리스’는 자신이 어디에서 내리려고 했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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