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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 다시,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 리뷰 (...) "이제 더는 옮겨 심지 않고 그 자리에 있도록 한다는 이야기인데, ‘재하’가 말하길 지금 ‘혜원’은 아주 심기를 하는 중이라고. 영화 속 생육과 수확의 과정들은 스스로를 지키는 삶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어떤 일은 시간이 제법 흘러야만 가능할 때가 있는데, ‘혜원’이 엄마가 남기고 간 편지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일도 그렇다. 나만의 작은 숲. 꼭 도시를 떠나야만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속도와 결과에 골몰하지 않고 방향과 과정도 살피는 것. 겨울을 잘 겪어낸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 배나 달고 단단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을을 잘 겪어낸 우리도 마찬가지겠다." ⠀ 기상청에서 발간하는 기관지 『하늘사랑』 11월호 원고로 쓴 영화 (2018) 리뷰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 더보기
영화 '이터널스'(2021) - 클로이 자오 감독님, 속편 주세요 (...) (2020)를 본 관객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은 비전문 배우, 그러니까 얼굴만으로 캐릭터의 상당 부분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영상 언어의 일부만이 아닌) 인물의 삶이 지닌 여러 면들을 공들여 묘사하고, 탐미적인 영역까지는 아니지만 그 자체로 유려한 영상을 매 장면 뽑아낸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작품들을 극장에서 즐겨온 관객들이라면 이 세계관의 작품 대부분은 이미 시각적 즐길 요소를 그 자체로 어느 정도 담보하므로 각 캐릭터가 지닌 능력을 기반으로 한 액션 연출 - 장면이나 구도의 다양성, 액션을 펼치는 캐릭터들이 서로 주고받는 합과 같은 것들 - 을 기대할 것이다. 조금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클로이 자오의 는 서사의 비중상 액션보다는 드라마가 중심.. 더보기
유계영 시인 산문집 '꼭대기의 수줍음'(2021, 민음사) "이상하지 않은가. 언제나 마음이 있다는 거 말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때는 물론이고, 마음이 있는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밥을 먹고 깊숙한 혓바닥을 닦을 때에도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거. 더욱 곤란한 것은 나에게만 있는 줄 알았던 마음이 너에게도 있다는 사실이다. 너에게 언제나 마음이 있다. 네가 마음이 쓸쓸하다고 말할 때는 물론이고, 너에게 마음이 있는 줄도 모르고 내가 내 마음을 뾰족하게 세울 때에도 너에게 마음이 있었다. 각자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후의 인간은, 분명히 다른 말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침묵의 내부에 좁은 골목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작은 화분에 담긴 커다란 식물처럼 혀가 묶이기 시작한다." -유계영, 『꼭대기의 수줍음』 (민음사, 2021, 230쪽) ⠀ 책을 읽을 시.. 더보기
시즌 오리지널 영화 '어나더 레코드'(2021) - 신세경 배우, 김종관 감독 https://brunch.co.kr/@cosmos-j/1354 더보기
연극 '일의 기쁨과 슬픔'(2021) "상자를 열었다. 분홍색 하트가 그려진 백설기 한조각과 저마다 색이 다른 경단 네개, 쑥색 꿀떡 두개가 들어 있었다. 허기가 느껴졌고, 이내 침이 고였다. 랩 포장을 벗겨내고 샛노란 고물이 포슬포슬하게 묻혀진 경단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방금 쪄낸 듯, 아직 따뜻했다. 오늘 새벽에 찾았나보네. 나는 달고 쫄깃한 경단을 우물거리면서 생각했다. 빛나 언니는 잘 살 수 있을까. 부디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장류진, 「잘 살겠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창비, 2019, 33쪽) ⠀ 연극 을 공연 마지막 날에야 관람했다. 소설에서 읽었던 인물들 - 민희, 구재, 빛나, 안나, 거북이알 등 - 을 무대에서 만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소설집 속 단편 중 여섯 편의 인물들이 마치 느슨한 세.. 더보기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2020) '카지노 로얄'(2006)부터 시작해 '노 타임 투 다이'(2020)에 이르기까지. 다섯 편의 시리즈를 통해 다니엘 크레이그의 6대 '제임스 본드'가 쌓아온 것은 시간이다. 역대 시리즈 중 가장 긴 의 상영시간(163분)은 필연적이었는데, '베스퍼 린드'(에바 그린)부터 '마들렌 스완'(레아 세이두)은 물론이고 '펠릭스 라이터'(제프리 라이트) 등에 이르기까지 본드와 함께했거나 함께해 온 수많은 이들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그렇고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마지막 본드 이야기라는 점은 새삼스럽게 언급조차 할 필요도 없겠다. ⠀ 세 번째 크레이그 영화인 '스카이폴'(2012)이 걸작에 가까웠던 걸 생각하면 '스펙터'(2015)'와 '노 타임 투 다이'를 보면서 아쉬움이 드는 건 다소나마 어쩔 수 없는 점이기도 .. 더보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021) 1화(‘무궁화 꽃이 피던 날’)부터 거의 절반에 가까운 참가자를 대거 탈락시키고, 어떤 이유로 인해 게임이 중단되었다가 재개되는 과정을 보면 소위 ‘데스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에는 중대한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은 것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그러니까 [오징어 게임](2021)은 참가자들에게 지급되는 삶은 계란과 사이다, 혹은 양은 도시락이나 구슬치기처럼, ‘기훈’(이정재) 세대와 그 전후 세대가 가지고 있을 법한 향수를 자아내는 데 주력하면서 막다른 곳에 내몰린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과 변화에 시선을 둔다.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 자체의 오락성에만 골몰하지 않고 드라마적 요소에 공을 들이는데, 결국 이 분야의 작품이 주는 긴장감이나 오락성도 상당 부분은 캐릭터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 하는 데에서 나오니 그.. 더보기
테일러 스위프트 팬카페 fall in willow "Swear to be overdramatic and true to my lover" -Taylor Swift, 'Lover'(2019) ⠀ 1. 트위터에서 우연히 테일러 스위프트 팬카페를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거기 꼭 가야겠다고 생각한 게 한 달 전의 일이다. (카페 이름도 어쩌면 딱 '윌로우'인지!) 'fall in willow, Taylor Swift'라는 이름으로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린 카페에 다녀왔다. 생일은 아니었지만 같이 간 H와 이야기를 하면서 '생일카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고 그러자 공동의 덕질을 향유하는 이 풍경이 더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에코백이나 카디건 등 MD를 챙겨 온 사람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전시된 CD나 LP, 포스트카드 등에 연신 시선을 떼지 .. 더보기
‘일반인’이 아닌 ‘비 장애인'의 시선과 태도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와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리뷰 ‘일반인’이 아닌 ‘비 장애인'의 시선과 태도로 - 영화 와 장애인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을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똑같이 대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일상적으로 살아가고 접하는 환경 요소의 많은 부분은 ‘비 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 중 누군가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불편과 다름을 헤아리기 쉽지 않아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 매체에서 장애인을 주요 인물로 다루는 경우 기대와 함께 우려도 생긴다. 자칫 장애인을 ‘비 일반인’ 혹은 ‘비 정상인’인 것처럼 구분하는 시선으로 그려내지는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섬세하고 입체적인 캐릭터 묘사와 탄탄한 드라마, 선을 넘지 않는 유머감.. 더보기
책의 말들, 김겨울 그렇다고 해서 책이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건 아니다. 그냥 친구 삼으면 좋다는 말이다. 친구야 하나라도 더 있으면 덜 외롭고, 게다가 책은 뭐 자기 할 일이 있어서 내 말을 들어 주기에 너무 바쁘거나 오늘 애인과 약속이 있어서 나를 못 만나거나 만날 때마다 거나하게 취해야 하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같은 맥락에서 영화도, 드라마도, 유튜브도 벗 삼기 좋은 친구인 건 마찬가지다. 차이가 하나 있다면 이런 영상 매체들과는 대화를 나누기가 좀 어렵다는 것인데, 그러니까 이 친구들은 내가 뭘 말할 틈을 안 주고 자기 말만 자꾸 하는 것이다. 아니 잠깐만, 잠깐만 내 얘기 좀 들어 봐, 라고 말해도 도무지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간다. 나는 그게 너무 낯설어서 20대 초반까지 영화를 잘 못 봤다. 우리 이렇게 합의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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