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지나올 가치가 있는 세 시간 반에 걸친 영화 여정: 아니, 어쩌면 그게 삶 자체일지도 - '아이리시맨'(2019) 이제 더 숨길 것도 숨길 대상도 없는 이야기들을 프랭크 시런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요양원 휠체어에 앉아 여전히 꽁꽁 숨기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오직 영화의 카메라 앞에서만 꺼내어진다. "듣자 하니 자네가 페인트칠을 한다던데"로 시작하는, 세 겹쯤 겹쳐진 수십 년 세월의 회고담에서 프랭크 시런은 철저히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다. 자기 견해를 적극 피력하지도, 하달받은 일 앞에서 주저하지도 않으며 나이 들어간 그에게 남은 건 오직 '죽음을 기다리는 일' 뿐인 것처럼 보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시네마의 일회적 체험(singular experience)은 여전히 보호돼야 한다고 본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과연 일생을 한 편의 작품에 요약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의 대답.. 더보기 어떤 영화를 보고 그것에 관해 생각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천 번쯤 한다면 어떤 영화를 보고 그것에 관해 생각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천 번쯤 한다면 그 삶은 이천 겹만큼의 이야기를 가진다고 믿는 편이다. 지나간 영화에 대해 떠올리는 것도 마찬가지일 텐데 영화 보기를 멈추지 않는 한 계속해서 새로운 영화들을 만나게 될 수밖에 없다. 기억의 방이 있다면 끊임없이 확장되고 늘어나는 형태일지 어느 순간 그것이 예고 없이 멈춰버릴지는 모르지만 좋아하는 영화를 생각하다 보면 그런 두려움 비슷한 것이 생겨날 때도 있다. 그날 그때 거기, 그 영화. 지금 분명 소중하고 각별하게 떠올리는 그 잔영이 어느 순간 새로운 영화들에 가려지고 덧대어 희미해져 버리지는 않을까. 생각과 감정이 다른 것들로 대체되거나 재편집되는 날들이 계속되어 무엇이 소중했는지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음. 영화에도 끝이 있고 .. 더보기 픽사 단편 애니메이션 '토끼굴'(Burrow, 2020)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을 볼 때 도입에 별도로 단편 하나가 추가되어 있다는 건 이제 픽사 작품 좀 본 사람이면 다 알겠지. 최근 개봉한 피트 닥터 감독의 신작 (Soul, 2020)도 마찬가지다. '토끼굴'이라는 제목의 약 5분짜리 단편이 들어가 있는데 보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건 본편인 의 앞에 그냥 삽입된 정도가 아니라 이 담고 있는 이야기랑 어느 정도 어울리는 면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기도 하다. 원제가 'Burrow'인 '토끼굴'의 영문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A young rabbit tries to build the burrow of her dreams, becoming embarrassed each time she accidentally digs into a neighbor's home.. 더보기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이 서사를 표현하는 방식 영화 서사의 훌륭한 표현 방식이라는 건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런 종류인 것 같다. (2020)은 미래를 그리고 꿈꾸는 것도 좋지만 발 딛고 서 있는 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직접 발화하지 않는다. 그냥 보여준다. 중학교 음악 교사 '조 가드너'는 하프 노트 재즈 클럽에서 열리는 쿼텟 공연의 임시 피아노 연주자로 뽑히게 된 바로 그날 열린 맨홀에 빠져 죽는다. 그건 그냥 운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합격 소식을 들은 '조'가 기쁨에 겨워 뉴욕 도심을 주변을 살피지도 않고 전화를 하면서 걸었기 때문이다. 맨홀에 빠지기 전에도 그에게는 몇 번의 위험이 더 있었고 그때는 다행히 위험을 피했지만 어느 순간에는 피할 수 없는 위험이 찾아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는 운이 없어 열린 맨홀 앞을 걸어가느라 죽었.. 더보기 미지의 경험이 내 삶을 씻어내도록 열어둘 수밖에: 영화 '소울'(2020) 리뷰 (...)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2020)을 본 뒤 꼭 그런 기분을 안고 극장을 나섰다. 살아온 삶을 다시 살게 만드는 방식으로, 아직 다가오지 않은 새로운 삶을 마주하게 하면서 삶 전체를 관통하는 목적이 아니라 매 순간 살아 있다는 감각 자체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이야기. 생전 세계, 재즈, 뉴욕, 세대. 의 몇 가지 키워드를 이런 식으로 떠올려볼 수 있지만 실사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의 스토리텔링은 숱한 걸작들을 통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대치와 기억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보지 못한 영역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The Great Before'. 음악만이 자기 운명이라고 굳게 생각해왔던 중학교 밴드부 교사 '조 가드너'의 삶은 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 더보기 나날이 더 넓은 세계를 만나는 '블랙핑크'의 무대 뒤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2020) (...) 그럼에도 는 이미 블랙핑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보다는 막연히 노래 몇 곡 정도만 들어본, 혹은 그들에 대해 궁금한 이들에게 적합한 다큐멘터리다. 연습생 시기부터 데뷔 후 지금까지 를 돌아보며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각 멤버들의 인터뷰는 물론, 오디션 장면과 데뷔 전 안무 연습 장면 등의 영상 풋티지를 비롯해 북미와 동남아, 유럽을 포함한 월드 투어 당신의 생생한 실황들까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걸어온 길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전망을 보는 이들의 감상에 전적으로 맡기는 이 다큐멘터리의 분량을 떠나 구성 자체는 나쁘지 않다. 치열하게 일상을 보내며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경험하는 지수, 제니, 로제, 리사 각 멤버들의 이야기에 누군.. 더보기 소설 통째로 도용해 지방지 문학상을 수상한 사람 세상에는 자신이 직접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서인지 그럴 능력이 없어서인지 다른 사람의 시간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노고가 담긴 것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의 것인 양 행세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의 페이스북에는 각종 공모전 수상 등 내역 수십 개가 '경력' 란에 적혀 있었다. 표절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도용인 것들. 대충 구글 검색만 몇 개 해도 나오는 다른 사람의 노력들. 그것들 중 진짜인 게 과연 있었을까. 아니었다면 언제부터 가짜가 되었을까.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이 순간에도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자신의 방식과 형태로 표현하고자 고민하고 쓰디쓴 나날을 보내고 있을 다수의 정성이 어떤 한 사람으로 인해 한순간에 부정당할 수 있다. 좋은 이야기와 가치 있는 이야기는 그것을 스스로 쓴 사람에게만 .. 더보기 어떤 영화에 관해 생각하고 기록하는 일, '스타 이즈 본'의 기억 어떤 영화를 보고 그것에 관해 생각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천 번쯤 한다면 그 삶은 이천 겹만큼의 이야기를 가진다고 믿는 편이다. 지나간 영화에 대해 떠올리는 것도 마찬가지일 텐데 영화 보기를 멈추지 않는 한 계속해서 새로운 영화들을 만나게 될 수밖에 없다. 기억의 방이 있다면 끊임없이 확장되고 늘어나는 형태일지 어느 순간 그것이 예고 없이 멈춰버릴지는 모르지만 좋아하는 영화를 생각하다 보면 그런 두려움 비슷한 것이 생겨날 때도 있다. 그날 그때 거기, 그 영화. 지금 분명 소중하고 각별하게 떠올리는 그 잔영이 어느 순간 새로운 영화들에 가려지고 덧대어 희미해져 버리지는 않을까. 생각과 감정이 다른 것들로 대체되거나 재편집되는 날들이 계속되어 무엇이 소중했는지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음. 영화에도 끝이 있고 .. 더보기 더 흥행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영화들: 사적인 목록을 고르자면 말이에요 최근의 영화 흥행 통계들을 지켜봐 오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요즘 박스오피스는 숫자를 살펴보는 게 거의 의미가 없을 만큼 나날이 저조한 시간들의 연속이다. 특히 지난 주말(1/8(금)~1/10(일))은 1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관객 수를 나타내며 코로나 19가 본격화된 이후 가장 저조한 통계를 보였다. 1위인 (2020)는 3주 연속 주말 1위를 지키기는 했으나 간신히 누적 관객 수 50만 명을 넘어서며 힘겹게 기록을 쌓는 중. * 리뷰 '진실함을 믿는 한 여전히 우리는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링크) 코로나 19 상황이 호전되어 관객들이 다시 극장으로 걸음 하기 시작하지 않는 한, 1월 20일 개봉을 앞둔 픽사 애니메이션 신작 (2020) 역시 흥행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다. (은 이미 2020년 .. 더보기 드라마 덕질의 묘미란 이런 것,,, (JTBC [런 온] 보는 중) - 7화 8화 대사 메모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데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2003) 오마주를 만나고는(8화) 어찌나 들썩였던지. 혼자 웃음이 터지고 미소가 그렁거리고 그랬다. 그런 작품을 보면, 사랑스러워서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인물과 인물이 서로 주고받는 말과 말 사이의 흐름과 연결이 좋은 이야기. 인물의 직업이 그 직업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갖고 있고 그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을 사는 방식이 되는 이야기. 아직 펼쳐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기다리면서 앞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고 돌이키게 되는 이야기. 말 한마디에 노심초사 하고 눈빛과 걸음과 표정 하나에 마음이 일렁이는 이야기. 작품을 보고 있지 않은 동안에도 인물들이 여전히 거기 살아 숨 쉬고 있을 거라 믿어지는 이야기. '미주'(신세경)의 직업이 외화번역가이고 .. 더보기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