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적끄적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보다 근사한 영화들 기록의 대상이 될 만큼 좋았던 영화들을 찬찬히 열어 보면 거기에는 하나라도 빠져선 안 될 장면들, 그 인물이 바로 그 상황에서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믿어지는 말들, 영화가 아닌 인생의 배경음악이 될 법한 스코어들, 다른 방향과 각도와 거리에서 보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카메라의 바로 그 시선 같은 게 있다. 영화와 달리 나는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거나 별로 필요하지 않은 글을 쓰거나 생의 유한함을 잊고 게으름을 부릴 때가 많지만 영화들은 그렇지 않다. 끝나야만 하기 때문에 시작된 순간부터 한 프레임도 쉬지 않고 오직 나아간다. 가장 끄덕일 수 있는 방식으로, 혹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는 그 영화들은 영화가 끝나고 난 뒤의 나를 그 영화를 보기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도록 만든다... 더보기 기상청 기관지 '하늘사랑'에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리뷰를 기고했다 기상청에서 발간하는 기관지 3월호에 '마음을 다친 이가 보내는 혹독한 겨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6)에 관한 리뷰를 실었습니다. 은 기상청 홈페이지의 자료실 - 기상간행물 페이지에서 PDF로도 보실 수 있어요. ⠀ (...) 겨울 다음에 봄이 온다는 사실 자체가 영화의 모든 걸 결정짓지는 않는다. 날씨가 풀려도 내면은 여전히 혹독한 추위 한가운데 있을지도 모르고 겨울 내내 앓던 마음의 상처들이 눈 녹듯 금세 사라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을 찾게 되리라고 는 말해주는 것 같다. 겨울 다음에 봄이 온다는 사실 자체가 영화의 모든 걸 결정짓지는 않는다. 날씨가 풀려도 내면은 여전히 혹독한 추위 한가운데 있을지도 모르고 겨울 내내 앓던 마음의.. 더보기 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 대사 메모 2화(하백) "한 사람이 세상을 망칠 수는 있어도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구할 수는 없어." 3화(염미) "네 말대로라면 그 환자 A씨는 말이야, 속은 여리고 따뜻한 사람인데 그렇지 않은 척 살아온 사람일 수도 있어. 겉과 속이 다른 거지. 자신이 과도한 동정심이나 선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게 싫어서 의식적으로 반대로 행동하려고 하는 건데 내면의 심리와 행동 사이의 괴리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인 거지. 자기 본성이 싫은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민 비서) "세상에는 어떤 사람들의 언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그런 사람들의 '괜찮아요'는 실은 '안 괜찮다'는 거라든지 '싫어요'는 실은 '좋아요'라든가 '됐어요'는 실은 '도와주세요'라든가."(소아) "내가 그날 밤 그 무모한 달리기를 .. 더보기 세상을 인용하고 자기 언어를 타자에게 번역하는 일: 드라마 '런 온'(2020) 덕분에 만난 감정들(2) brunch.co.kr/@cosmos-j/1204 더보기 소설 통째로 도용해 지방지 문학상을 수상한 사람 세상에는 자신이 직접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서인지 그럴 능력이 없어서인지 다른 사람의 시간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노고가 담긴 것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의 것인 양 행세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의 페이스북에는 각종 공모전 수상 등 내역 수십 개가 '경력' 란에 적혀 있었다. 표절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도용인 것들. 대충 구글 검색만 몇 개 해도 나오는 다른 사람의 노력들. 그것들 중 진짜인 게 과연 있었을까. 아니었다면 언제부터 가짜가 되었을까.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이 순간에도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자신의 방식과 형태로 표현하고자 고민하고 쓰디쓴 나날을 보내고 있을 다수의 정성이 어떤 한 사람으로 인해 한순간에 부정당할 수 있다. 좋은 이야기와 가치 있는 이야기는 그것을 스스로 쓴 사람에게만 .. 더보기 드라마 덕질의 묘미란 이런 것,,, (JTBC [런 온] 보는 중) - 7화 8화 대사 메모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데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2003) 오마주를 만나고는(8화) 어찌나 들썩였던지. 혼자 웃음이 터지고 미소가 그렁거리고 그랬다. 그런 작품을 보면, 사랑스러워서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인물과 인물이 서로 주고받는 말과 말 사이의 흐름과 연결이 좋은 이야기. 인물의 직업이 그 직업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갖고 있고 그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을 사는 방식이 되는 이야기. 아직 펼쳐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기다리면서 앞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고 돌이키게 되는 이야기. 말 한마디에 노심초사 하고 눈빛과 걸음과 표정 하나에 마음이 일렁이는 이야기. 작품을 보고 있지 않은 동안에도 인물들이 여전히 거기 살아 숨 쉬고 있을 거라 믿어지는 이야기. '미주'(신세경)의 직업이 외화번역가이고 .. 더보기 드라마 '런 온'(JTBC, 2020)을 보고 있다 최근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런 온](2020)을 넷플릭스에서 보고 있다. 1. 그런 분야/직무가 많겠지만 영화 마케팅, 수입, 배급 등의 업무는 '자신 빼고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라는 특징이 있다. 나만 알 수 있는 엔딩 크레디트의 이름 한 줄. (물론 수입 외화에는 그것도 없다) 보도자료를 쓰든 포스터나 예고편을 만들든 여러 이벤트/프로모션을 하든 그건 영화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자기 이름으로 하는 일이 아니어서, 보람과 성취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2.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다른 사람들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아직 앉아 있는 미주를 보고 머뭇거리며 다시 앉는 선겸, 엔딩 크레디트가 끝까지 올라가기를 기다려 '번역 오미주' 한 줄을 보고 작은 미소를 짓는 미주. 상영관을 나선 뒤 두.. 더보기 2021년의 시작, 북티크에서 온 선물 연말연시는 안부를 묻기 참 좋은 핑계 같다고 누군가와 이야기했었다. 정말 그렇네. 안부를 묻는 일이 '연말이어서', '새해여서'가 아니라 '그냥 생각이 나서'나 '자주 생각하고 있어서' 묻는 안부도 있지만 여러 가지의 미력함과 일상 안팎의 일들로 그것이 빈번해지지 못하는 때가 있다. "어, 2020년이네요." 2019년 12월 31일과 2020년 1월 1일의 사이는 북티크에서 맞이했었다. 거창한 카운트다운 같은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제야의 종 타종식을 생중계로 틀어놓기도 했으며 자정 하고도 10초 정도 지났나, 아마 위와 같이 말한 건 나였던 걸로 기억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가벼운 인사들이 오갔다. 불과 1년 전이 긴 시간처럼 느껴지는 게 유독 긴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인지 정말 긴 시간이어.. 더보기 테일러 스위프트 9집 정규 앨범 '에버모어'(evermore) 발매 소식 내게 올해를 살게 한 건 '덕질'과 몇몇 소중한 사람, 공간, 책, 영화, 그런 것들이 전부인 것 같다. 테일러는 "아주 신이 난다"(I'm elated)라며 아홉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조금 전 알렸다. 'folklore'에 이어 'evermore'. (여덟 번째 앨범 나온 지 4개월 밖에 안 됨)(그 여덟 번째 앨범은 올해 빌보드가 선정한 Best Albums 2020 Top 50 중 1위에 오름) 내게 그들이 중요한 건, 분야의 정상에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자기 방식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것 때문이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 진심인 이들이어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이. 좋아하는 것들을 아끼고 더 깊이 좋아하는 일이 과연 삶을 구할 수 있을까? 내게는 거의.. 더보기 레이디 가가, 아리아나 그란데 'Rain on Me' 빌보드 선정 '100 Best Songs of 2020' 1위 빌보드가 선정한 'Best Songs 2020 Top 100'의 1위에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함께한 'Rain on Me'가 뽑혔다. 이 곡에 대해 빌보드는 "'Rain on Me' stands apart as the song that helped millions of people cope with the uncertainty, tragedy and anxiety of an endless downpour of a year."라며 상업적 성취(예: 'Rain on Me'는 여성 아티스트의 콜라보로는 처음 빌보드 핫샷 1위에 오른 곡이 되었다. 레이디 가가는 머리이어 캐리, 비욘세에 이어 2000, 2010, 2020년대 모두 1위곡을 보유한 세 번째 솔로 아티스트가 되었다.)보다도 '2020년을.. 더보기 이전 1 ··· 4 5 6 7 8 9 10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