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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래들 1. 주로 영미 팝 위주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가사에 집중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시를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노랫말에도 관심을 가지려고 해왔던 것 같다. 돌아보면 오래 귓가에 남은 노래들은 많은 부분은 그것의 말들에 마음을 의탁하고 있게 되거나 잊을 수 없는 인상과 (노래 밖) 경험을 형성했거나 혹은 빠져들게 만드는 무엇이 거기 분명 있었다. 예를 들면 "Sometimes I wish we never built this palace but real love is never a waste of time"이라든가(Sam Smith, 'Palace', 2017), "Swear to be overdramatic and true to my lover"라든가(Taylor Swift, 'Lover', 2019), 아니.. 더보기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7) "48명 밖에가 아니라 '48명이나' 죽은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는 누군가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것 하나에도 쉽게 무너지고 도처에 아픔과 상기하게 만드는 일들이 가득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일도 힘겨운 사람이다. 무너진 쇼핑몰의 이름을 하고 있는 버스정류장 이름. 희생을 기린다며 '그날'을 상기하게 만드는 추모비. 비용을 줄이자며 환경과 교통약자를 고려한 건축 설계에 대해 "예술하지 말라"며 면박 주는 사람. ⠀ '그냥'이라는 말의 앞뒤에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주저함과 고민이 담겨 있을지 생각한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하루를 보내다가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라는 말에 멈칫하고, 어떻게 해도 늘 결말이 같은 꿈을 꾸면서 새벽 4시에 눈을 뜨는 일상을 보내는 이에게 '그냥'은 쉽지 않은 .. 더보기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2022) 13화 - 태풍, 시나리오 1&2&3 태풍이 발생하는 원인은 "지구가 자전을 반복하면서 생긴 열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2022)의 13화. 14호 태풍과 15호 태풍이 연이어 제주에 상륙하는 상황 속에서 예보팀은 태풍이 전남 남해안을 시작으로 한반도 전체를 관통한 뒤 포항으로 빠져나가는 시나리오, 동쪽으로 더 꺾여 남부 지방 일부에만 영향을 주는 시나리오, 북태평양 고기압의 수축으로 일본 규슈 쪽으로 전향하는 시나리오를 각각 상정한다. ⠀ 긴박한 상황이 모두 지나고 난 뒤 하경(박민영)의 내레이션은 앞에서 말한 태풍의 발생 원인과 함께 이런 내용으로 이어진다. "지금 이 태풍이 당장은 우리를 힘들게 할지 모르나 길게 보면 결국 모두에게 유익한 존재라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을 잘 이겨.. 더보기
영화 '스타 이즈 본'(2018) 메모들 1. 어떻게 여기 온 거예요?(앨리) 얼굴은 왜 가려요?(잭슨) 분장실엔 왜 왔어요?(앨리) 작중 배경이 되는 드랙 바는 남자들이 여장을 하고 노래하는 곳인데 앨리는 유일한 여성 2. 내가 쓴 노래는 안 불러요, 불편해서요. 내가 만난 음악 쪽 사람들이 내 코가 너무 커서 난 안 될 거래요. 엄청 예쁜데. 코 보여주는 거예요? 신체와 신체의 접촉, 그리고 그것의 클로즈업에 집중 날 빤히 쳐다보면서 노랠 듣고 이래요 목소리는 좋은데 생긴 게 별로네 태어났을 때 귀가 안 들렸어요 그런데 가수가 됐죠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내 식대로 들려줬는데 통한다는 건 특별한 재능이에요 '잭슨 메인'이랑 술을 마시다니 3. Shallow 즉석에서 잭슨을 보며 앨리가 부른 노래 앨리가 전.. 더보기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2022) https://brunch.co.kr/@cosmos-j/1380 일상의 학교가 지옥보다 끔찍한 곳이 된다면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리뷰 | 역사적으로 '좀비'는 항상 폭력이나 전염병 등 사회문화적 화두와 그 흐름을 같이 했다. 국내 미디어에서 흥행성을 인정받기도 전인 2009년부터 brunch.co.kr 역사적으로 '좀비'는 항상 폭력이나 전염병 등 사회문화적 화두와 그 흐름을 같이 했다. 국내 미디어에서 흥행성을 인정받기도 전인 2009년부터 연재된 원작에 작중 인물들이 좀비에 대해 전혀 생소하지는 않다는 설정((2016) 등)이 추가됐다. (제작 논의는 이미 7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2022)에게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각종 도구와 맨몸으로 좀.. 더보기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뒤엉킨 꿈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뒤엉킨 꿈을 꾸느라 뒤척인 새벽이었다. 본래 꿈의 세부를 잘 기억하는 편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나왔다, 대략 어떠한 상황이었다, 정도의 느낌만 남는 것이 보통인데, 이것을 유달리 감각하는 건 그 꿈이 처음이 아니라서다. 꿈속의 나는 과거 현실의 자신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의 선택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꿈의 내용을 돌이킨다면 끊임없이 불가항력적인 것에 이끌려 어떤 말과 행동들을 계속하는데 그 발화와 움직임의 결과와 영향을 알면서도 그것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 계속해서 시달리는 것이었다. 아니, 꿈속이었으니 그걸 '사실'이라 부르면 안 되는 건가. 어쨌든 반복된다는 건 흩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다는 뜻이겠다. 과거의 실패, 혹은 넘어짐들. 꿈에서 그것들을 반복적으로 만나는 .. 더보기
노매드랜드, 2021년의 극장 영화 영화 (2020, 클로이 자오)의 원작자 제시카 브루더가 강조해서 발화하는 단어 중 하나는 '회복력'(Resilience)이다. 나는 이 단어를 정혜윤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2021)에서도 읽었다. 정혜윤은 "생명의 유한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고 남은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품위다."라고 썼다. (145쪽) 이것이 꼭 생명의 유한함에서만 비롯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시간 동안 어떤 것들을 떠나보냈는가, 지금 어디로 향하는 길 위에 서 있나, 또 새롭게 맞이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정말 길 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See you down the road.") 어떤 것들을 나는 영영 떠나보내야만 하고, 더는 생각할 수 없.. 더보기
트레바리 12월 시네마 토크 - 미스터리 편 / ‘숏버스 기묘행’ -콘텐츠가 쏟아져 나올수록 더 돋보이기 쉬운 건 폭력성, 선정성 등 더 자극적인 것들입니다. 요즘 나오는 영화/드라마/예능 등을 접하면서 느끼거나 생각해보셨던 아쉬움 혹은 바람 같은 것이 있다면? -장편에 비해 단편은 소재, 상징 등이 더 부각됩니다. 이 영화에서 여러분 각자에게 가장 강렬하게 각인된 건 무엇이었나요? -'BJ보이지'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성찰 없는 집단이 빠져들 수 있는 위험한 요소를 잘 보여줍니다. 그저 영화에 불과하진 않은 것 같아요. 이런 모습들은 왜 나타날까요? -'한결'은 결국 다시 스마트폰을 충전했어요. 만약 이 영화를 여러분이 장편으로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요? -데이팅 앱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제로 알거나 알았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 것 같.. 더보기
연극 '일의 기쁨과 슬픔'(2021) "상자를 열었다. 분홍색 하트가 그려진 백설기 한조각과 저마다 색이 다른 경단 네개, 쑥색 꿀떡 두개가 들어 있었다. 허기가 느껴졌고, 이내 침이 고였다. 랩 포장을 벗겨내고 샛노란 고물이 포슬포슬하게 묻혀진 경단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방금 쪄낸 듯, 아직 따뜻했다. 오늘 새벽에 찾았나보네. 나는 달고 쫄깃한 경단을 우물거리면서 생각했다. 빛나 언니는 잘 살 수 있을까. 부디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장류진, 「잘 살겠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창비, 2019, 33쪽) ⠀ 연극 을 공연 마지막 날에야 관람했다. 소설에서 읽었던 인물들 - 민희, 구재, 빛나, 안나, 거북이알 등 - 을 무대에서 만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소설집 속 단편 중 여섯 편의 인물들이 마치 느슨한 세.. 더보기
테일러 스위프트 팬카페 fall in willow "Swear to be overdramatic and true to my lover" -Taylor Swift, 'Lover'(2019) ⠀ 1. 트위터에서 우연히 테일러 스위프트 팬카페를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거기 꼭 가야겠다고 생각한 게 한 달 전의 일이다. (카페 이름도 어쩌면 딱 '윌로우'인지!) 'fall in willow, Taylor Swift'라는 이름으로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린 카페에 다녀왔다. 생일은 아니었지만 같이 간 H와 이야기를 하면서 '생일카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고 그러자 공동의 덕질을 향유하는 이 풍경이 더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에코백이나 카디건 등 MD를 챙겨 온 사람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전시된 CD나 LP, 포스트카드 등에 연신 시선을 떼지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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