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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기자랑’(2022) 리뷰 (…) 재난 혹은 그 이후를 다룬 영화로부터 거의 일관되게 느껴지는 감정은 남겨진 이들의 비통함이다. 그들은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나아가 사회나 국가가 명확히 해주지 않는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은 재난이자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의 전형을 벗어나, 그리고 ‘엄마’의 전형에서도 벗어나, 무대를 앞두고 저마다의 배역을 갖게 된 엄마들이 서로의 배역을 둘러싸고 시기하거나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다툼을 벌이거나 또 그러다 화해하는 모습들에 생생히 집중한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무대에 오르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도 잠시 눈물을 흘리고 또 다른 무대를 준비한다. 참사 피해자를 타자화 시키는 대신 은 연극 무대를 준비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또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 엄.. 더보기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2022) (...) 아니, 사람의 마음이 아무리 강해진다고 해도 자연이 하는 일이거나 자연의 의지와도 상관없는 재난을 막을 도리라는 건 없다. 우리는 불가항력의 상황까지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슈퍼파워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무탈하거나 평범하거나 안전한 일상을 원할 뿐인데 재난만큼 지역사회 혹은 국가 단위로 많은 사람의 일상을 파괴하는 건 전쟁 외에는 없을 것이다. 지진경보가 울린다고 지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는 다만 책상 밑에 웅크린다거나 건물 밖으로 피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 따름이다. 도쿄의 오후를 뒤덮는 미미즈. 오프닝 타이틀이 뜨기 전 관객들이 이미 본 것처럼 미미즈는 스즈메와 쇼타만 볼 수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퇴근을 하고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는 평범.. 더보기
영화 '날씨의 아이'(2019) - 계절이 지나가는 기분 *영화 (2019)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 “애들이란 앞 뒤 생각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공경희 옮김, 민음사, 2001, 229쪽. 가출한 소년은 패스트푸드점에서든 라멘가게에서든 아니면 작은 캡슐호텔에서든, 책 한 권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그가 그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그 책은 자주 그의 곁에 놓여 있습니다. ‘호다카’라는 열여섯 소년이 주인공인 영화 (.. 더보기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2022) 모두가 회복 탄력성이 높을 수는 없고 어떤 이들은 한켠의 폐허를 내내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일은 과거를 잊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지속하고 미래로 어떻게든 나아갈 동력과 동기를 얻도록 누군가를 북돋는 일이다. 여느 일본 영화들에서도 “다녀오겠습니다”와 “다녀왔습니다” 같은 인사는 중요한 함의를 갖기도 하지만 (2022)에서는 조금 더 힘이 실린다. 언제든 닥쳐올 수 있는 불행과 비극을 눈앞에 두고도 우리는 스즈메와 소타의 평화롭게까지 보이는 여정처럼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고 우리는 매일매일 있는 힘을 다해 순간에 인사하고 응답해야만 한다. 미래에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해주는 일이, 초월적인 세계의 문을 지나 지켜질 수 .. 더보기
영화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2022) 국내 극장 개봉작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등장만으로도 (2022)에는 우선 반가움을 표할 수 있다. 담고 있는 이야기는 얼핏 흔하고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지역적 특수성에 기반한 충실한 자료 조사가 엿보이고, 표현을 위한 기술적인 노력과 완성도도 주목할 만하다고 여겨진다. 꼭 최근 몇 년간의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근래에 돋보이는 경향 중 하나는 특수한 문화적 배경을 이야기에 녹여내거나 그 자체를 중요한 소재로 삼는 것인데, 역시 특정한 지역적, 문화적 토대를 바탕으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스톱모션 기법만이 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담아낸다. 툰드라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붉은 곰'을 찾아 나서는 소녀 '그리샤'의 이야기는 전통과 현대의 대립으로도, 자연.. 더보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다른 사람의 수십 시간의 노고와 조사와 고민을 단 몇 시간 안에 편취해서 사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모두 반드시 합당한 제재와 처벌을 받고 앞으로도 절대로 콘텐츠 업계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한다. 유튜브가 아니라 글, 영상, 사진 등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그 어떤 형태로든 마찬가지다. 알고리즘, 인공지능, 그런 단어들로 포장하기 앞서 그들의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는' 스토리텔링은 콘텐츠 생태계를 망친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모두 크리에이터가 될 자격이 없다. https://youtu.be/zCvRrnB16E4 더보기
이나다 도요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대사 없이 흘러가는 10초간의 장면에는 ‘10초간의 침묵’이라는 연출 의도가 있다. 침묵에서 비롯된 어색한, 긴장감, 생각에 잠긴 배우의 표정은 모두 만든 이가 의도한 연출이다. 그렇기에 그 장면은 9초도 11초도 아닌, 10초여야만 한다.” -이나다 도요시 지음,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황미숙 옮김, 현대지성, 2022, 16쪽에서 ⠀ 일본에서도 일찍이 이른바 ’결말포함 영화리뷰’ 성격의 ‘패스트 무비’로 불리는 유튜브 영상 콘텐츠가 화두가 되었다. 이미 2021년 11월에 저작물 관련법 위반으로 인한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에서 저자는 이것의 위법성이나 윤리관 결여, 저작권자의 피해 등에 앞서 그러한 영상들에 많은 니즈가 있었다는 사실 .. 더보기
영화 '안녕, 소중한 사람'(2022) 영화 (2022)을 보고 어제 고명재 시인께 들었던 여러 이야기들이 스친다. 어떤 죽음들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그 잔영을 숨 쉬고 마시며 우리는 오늘도 살아 있다. 일차적으로는 세상을 떠난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의 모습을 현재의 스크린에서 마주하는 일도 그렇겠고, 비키 크리엡스가 연기한 엘렌이 불치의 병을 마주하며 끝내 선택하는 생에 대한 어떤 결정 또한 생과 사의 경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과 할 수 없는 일들을 모두 생각하게 만든다. "갈게"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며 점차 멀어지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생사를 가를 만큼 아파본 적이 없다면, 혹은 누군가를 그렇게 상실해본 적 없다면 선뜻 떠올리기 어려운 일이 영화 속 엘렌과 마티유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렇지만 살아 있음에 대한 존엄함을 지키고자 하는 선.. 더보기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 - 클래스101 전체 강의의 예고편에 해당하는 인트로, 그리고 완강 축하 영상에 해당하는 아웃트로를 포함해 CLASS101+ [내 취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문화 콘텐츠 리뷰 쓰기]의 일곱 개의 챕터에 걸친 전체 강의 영상 분량은 5시간 0분 50초다. 모든 사람과 경우와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대원칙으로서의 '글을 잘 쓰는 방법'이란 과연 있을까? 우리가 오직 생각해야 할 것은 '글을 쓰는 이유'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발견해 내거나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이미 지치지 않고 자신만의 취향과 가치관을 발견하고 기록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일'보다는 '쓰기를 멈추지 않는 일'에 대해 생각했고 지난 3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기획부터 촬영, 편.. 더보기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2006) (...) (2000), (2003)을 비롯해 (2015)과 같은 근작에 이르기까지 일과 사랑을 넘나드는 현대인의 보편적 소재를 섬세하게 다뤄온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연출과 각본은 에서도 마찬가지로 관객들의 마음을 서서히 어루만진다. 실연을 하고 홀로 보내는 크리스마스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무작정 낯선 곳으로 떠나왔던 아이리스와 아만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연까지 만난다. 아이리스는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끈 원로 시나리오 작가 아서 에봇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조연이 아닌 주연의 자리를 지키는 지혜에 대해 배우고, 아만다는 집 주인인 아이리스의 오빠이자 출판 편집자인 그레이엄과의 교류를 통해 스스로를 상대에게 온전히 내보일 수 있을 때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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