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2020) 어느 날엔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나'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 말을 하기 전에 그 개요와 다음에 이어질 말 따위를 몇 가지 생각해두는 것은 내 오랜 습관이자 천성이기도 했다. 상대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떡할지, 썰렁해지거나 정적이 흐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같은 만약을 가정하는 것도 그렇고, 의도하고 예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면 당황하고 식은땀이 나는 것도. 영화 (2020)의 주인공 '아드리앵'(벤자민 라베른헤)의 모습을 보면서, "항상 내 세계에 갇혀 있고 산만하며 머릿속에서 딴생각을 하던 아이였다"라며 스스로에 대해 고백한 로랑 티라르 감독의 인터뷰를 보며, 어쩐지 낯설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애인이 잠시 시간 좀 갖자며 관계의 휴식을 선언한 지 38일째, 잘 지내냐는 문자를 보냈고 상대.. 더보기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7) "48명 밖에가 아니라 '48명이나' 죽은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는 누군가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것 하나에도 쉽게 무너지고 도처에 아픔과 상기하게 만드는 일들이 가득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일도 힘겨운 사람이다. 무너진 쇼핑몰의 이름을 하고 있는 버스정류장 이름. 희생을 기린다며 '그날'을 상기하게 만드는 추모비. 비용을 줄이자며 환경과 교통약자를 고려한 건축 설계에 대해 "예술하지 말라"며 면박 주는 사람. ⠀ '그냥'이라는 말의 앞뒤에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주저함과 고민이 담겨 있을지 생각한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하루를 보내다가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라는 말에 멈칫하고, 어떻게 해도 늘 결말이 같은 꿈을 꾸면서 새벽 4시에 눈을 뜨는 일상을 보내는 이에게 '그냥'은 쉽지 않은 .. 더보기 드림웍스가 만든 '배드 가이즈' 갱생 프로젝트: 영화 '배드 가이즈'(2022) 리뷰 (...) 시상식의 이름은 '착한 사마리아인' 상. 상을 받을 예정이었던 '마말레이드 박사'는 자신이 받을 트로피가 도난당할 뻔한 상황임에도 오히려 '배드 가이즈'의 다섯 일당을 교화시킬 것을 제안한다. 착한 행동을 하면서 악당의 삶을 청산하고 개과천선할 수 있음을 '실험'하겠다는 것. 처음에는 당분간만 '착한 척'을 하려고 했던 '배드 가이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했던 여러 변수들과 고민들을 마주하게 되고, 주지사 '다이앤 폭스'(재지 비츠)의 활약이 더해지며 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나아간다. ⠀ 거창한 스토리 같지만 는 그다지 큰 야심을 갖고 있는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 추격 신의 쾌감과 스릴, 그리고 저마다의 역할 분담에 의거해 공동.. 더보기 이치조 미사키 소설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모모, 2021) 너무 뻔한 말 같지만, 스토리텔러들은 저마다의 진심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야기에는 전하고자 하는 뜻과 마음이 있다. 어떤 이야기는 그것을 잘 전달해내지 못하고 어떤 이야기는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실패 혹은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렇다고 해도, 그 스토리텔러의 의도까지 폄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2020)는『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019)에 이은 작가 이치조 미사키의 소설이다. 간단히 말하면, 발달성 난독증을 앓는 소녀와 시를 쓰는 소년이 작곡과 작사를 함께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이야기를 다룬 청춘 로맨스 혹은 멜로드라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5. 2017년에 영화로 국내 개.. 더보기 "머지않아 떠나야 하는 것을 잘 사랑하리.": 존 윌리엄스 소설 『스토너』(1965)를 읽고 (...) “한 달도 안 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107쪽) “그는 자신의 소망이 불가능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이 그를 슬프게 했다.” (133쪽) 인생에서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 운명적 사랑과 직업적 성공이 자신의 것이 되리라는 낙관. 이들은 종종 그것을 품는 이의 마음을 배반한다. 악한 이들이 승승장구하고, 수고가 인정받지 못하며,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윌리엄 스토너의 삶을 실패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 문학 작품에서 만나리라고 어쩌면 가장 기대하기 어려울 종류의, 누군가는 볼품없다 할 이 이야.. 더보기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2020) - 나는 더 이상 날 미워하지 않기로 했네 모든 장면들과 크레디트가 다 지나고 나서야 나오는 "모두들, 태어나길 잘했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춘희'가 만나는 순간의 내레이션으로도 "춘희야, 태어나길 잘했어"라는 말이 편지처럼 발화된다. 영화 (2020)가 전해주는 이 다독임이 그 자체로 새롭지는 않겠다. 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과거와 현재의 '춘희'(박혜진, 강진아)가 만나는 방식이 단지 며칠의 봄꿈처럼 환상에만 젖어 있지 않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사랑스러운 장면들로 가득한 가운데서도 1998년 '춘희'에게는 갖가지 아픔의 순간들이 눈에 띈다. 반 친구들도 교사도 친척들도 '춘희'에게는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현재의 '춘희'에게도 모든 것을 바칠 것처럼 "지켜주겠다"며 다가오는 '주황'(홍상표)의 존재는 오.. 더보기 '그 영화에 이 세상은 없겠지만'(2018) - 가가77페이지에서 내 책을 다시 들여다본 것은 꽤나 오랜말의 일이다. 책방 가가77페이지 @gaga77page 에 『그 영화에 이 세상은 없겠지만』(2018)을 소량 입고했다. 사장님과 가까운 계절의 일을 잠시 궁리했던 금요일 저녁. 한동안 묵혀두었던 글을 다시 찾아 꺼내게 하고 앞날의 계획 하나를 세우게 해준 책방 사장님에게 어떻게 감사해야 할는지. ⠀ "냉정하게 보자면 어차피 그것들은 다 영화입니다. 장르가 무엇이든, 어느 나라의 영화이든, 누가 어떤 이야기를 연기하고 다루어 보여주든, 스크린 너머로 바라보는 그 세상은 저와 당신이 숨 쉬며 살고 있는 여기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타인의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우리’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는 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도 삶을 발견하기 때문이며 어떤 순간에는 .. 더보기 영화 '열정'(2008) 리뷰 -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하마구치 류스케 세계 "나와 스피드를 맞춰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가호와 도모야의 대화 '우리'는 자주 어긋나고 엇갈린다. 그로 인해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겨나고 어떤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아지거나 그 존재가 발견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근작 중 하나인 (2019)의 리뷰를 적으면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썼다. "(...) 요동치는 마음속에서 ‘아사코’는 그러나, 기꺼이 자신에게 찾아온 모든 일을, 누군가의 선택으로 자신이 입은 상처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가 입은 상처를 모두 부정하지 않기로 한다." 최근 국내 개봉을 앞둔 그의 장편 데뷔작 (2008)에 관해서도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선택을 유예하거나 회피했던 이들이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뒤흔든 일에 대해 직시하고 마침내 어떤 결정.. 더보기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2022) 13화 - 태풍, 시나리오 1&2&3 태풍이 발생하는 원인은 "지구가 자전을 반복하면서 생긴 열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2022)의 13화. 14호 태풍과 15호 태풍이 연이어 제주에 상륙하는 상황 속에서 예보팀은 태풍이 전남 남해안을 시작으로 한반도 전체를 관통한 뒤 포항으로 빠져나가는 시나리오, 동쪽으로 더 꺾여 남부 지방 일부에만 영향을 주는 시나리오, 북태평양 고기압의 수축으로 일본 규슈 쪽으로 전향하는 시나리오를 각각 상정한다. ⠀ 긴박한 상황이 모두 지나고 난 뒤 하경(박민영)의 내레이션은 앞에서 말한 태풍의 발생 원인과 함께 이런 내용으로 이어진다. "지금 이 태풍이 당장은 우리를 힘들게 할지 모르나 길게 보면 결국 모두에게 유익한 존재라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을 잘 이겨.. 더보기 영화 '라빠르망'과 '클로저' - 서로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일 “Where is this love? I can't see it, I can't touch it. I can't feel it. I can hear it. I can hear some words, but I can't do anything with your easy words.” - Alice ⠀ 얼핏 로맨스인 척 마음과 마음 사이의 어긋남과 진실과 사실 사이에서의 물음을 야기하는 (1996)와 (2004)를 최근 연이어 봤다. 에서 알리스, 막스, 리자, 루시엔이 서로 얽히고설키듯 에서도 앨리스, 댄, 안나, 래리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특정한 인물의 시점에서 서사의 입장을 헤아리게 만들기보다 작가적 시점에서 네 사람을 거리를 두고 관찰하게 만든다. ⠀ 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사랑은 서로에게 흡.. 더보기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