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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떠돌이 개의 삶을 간접체험한 사람이 되었다: 영화 '환상의 마로나'(2019) 리뷰 (2019)는 여러 주인을 만나 네 번에 걸쳐 이름이 바뀌고 각기 다른 환경을 겪으며 산 떠돌이 개의 회고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아홉, 아나, 사라, 그리고 '마로나'. 각각의 이름으로 호명되는 동안 '주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개를 떠나거나 보내거나 버린다. 그러나 따뜻하게 핥아주는 엄마 개의 혀, 주인이 주는 우유 한 잔 같은 작은 데서 행복을 찾는 '마로나'는 주인들의 뜻을 거스르거나 저항하지 않고 때로는 체념하듯 때로는 '이럴 줄 알았다'라고 여기듯 새로운 관계들을 만나고 변화된 국면을 받아들인다. 개의 시점에서 생을 회고하는 구성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의 피부가 파랗거나 눈이 빨갛게 되어 있는 식으로 '개의 시점'을 상상하듯 구성해 의 작화는 매 순간 역동적이고 프레임 전체를 구성하는 세부.. 더보기
[1인분 영화] '에어로너츠' - 광활한 하늘을 바라보기만 하지 않은 사람들 (2020.06.17.) (...) 는 두 가지를 동시에 다룬다. 당시 인간이 누구도 도달해본 적 없는 높이를 초 단위로 갱신해가며 마셔본 적 없는 공기를 경험하는 ‘어밀리아’와 ‘제임스’ 두 사람이 실시간으로 마주하는 변덕스럽고 끝없이 펼쳐진 하늘의 모습, 그리고 ‘어밀리아’와 ‘제임스’가 서로의 여정을 함께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다행스럽게도 이것은 로맨스로 귀결되지 않는다.) 전자는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열기구가 지상을 벗어난 경과 시간과 현재 높이를 알려주는 등 동시성을 강조하지만 후자는 전자에 수시로 플래시백을 통해 끼어든다. ‘끼어든다’는 표현이 그렇게 이질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2년 전으로부터 시작해 영화 중반부터 ‘어밀리아’와 ‘제임스’가 함께 날아오르는 여정을 출발시켰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물론.. 더보기
[1인분 영화] ‘#살아있다’ – 살아남기가 아니라 살아있기를 위한 조건 (2020.06.15.) (...) 는 세상을 구하는 영화도 아니고 좀비의 원인을 규명하는 영화도 아니며 단지 생존의 조건에 관해 묻는 영화다. 홀로 고립된 아파트에서, 구조대가 올지 안 올지 아니 다른 생존자가 있는지 여부조차 불명인 상황에서 사람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나. 그래서 영화에는 다양한 ‘살아있음’의 조건이 언급되거나 등장한다. 온기를 나눌 가족 혹은 타인의 존재, 먹고 마실 것,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 나 말고도 누군가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기도 하며 생사를 모르는 가족이 아직 살아 있다는 희망이기도 한 동시에 이 재난으로부터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그러니 좀비인 자들은 ‘한때 살아있었’지만 이제는 사람이 아닌 존재들인 것이고. ‘준우’(유아인)와 ‘유빈’(박신혜)이 서로 나누는 대화 중.. 더보기
[1인분 영화] ‘테넷’ – 그 일은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2020.06.12.) (...) 영화의 공개된 예고편 중에는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연기한 인물이 “It hasn’t happened yet.”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은 최초 예고편 공개 역시 온라인이 아닌 극장을 통해 먼저 진행했고, 12월 (2019) 북미 개봉 당시 현지 IMAX 상영관을 통해 약 6분 정도의 프롤로그를 공개하기도 했다. 철저한 보안 유지로 세부 내용에 대해 별로 알려진 바가 없는 작품이라 의 주목도는 여느 신작보다 더 높은 상황. 예고편 번역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 본격적인 개봉 준비에 들어가지 않은 국내에서도 7월 개봉 여부는 불확실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꼭 예정된 시기에 ‘극장’에서 이 상영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영화 한 편이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 더보기
[1인분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 – 행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0.06.10.) (...) 소위 ‘버려진 게임’ 세계 안에 여전히 남아 자신의 기록을 지속하고 있는 감독의 발자취와 이야기 하나하나에 매료되었다. 라는 영화의 존재를 뒤늦게 안 나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을 놓쳐 이 작품을 보지 못했다. 이 영화를 직접 만나볼 기회가 생길 수 있을까. 이 흔적들을 계속해서 살피는 동안 아직 만나보지도 못한 영화에 이미 깊숙하게 매료되었다. 이 마음은 제목에서부터 이미 느꼈다. ‘내언니전지현’은 감독의 게임 속 캐릭터 닉네임인데, 그 이름과 ‘나’는 동일인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할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 세계 속 자신과 세계 밖(현실)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하지만 별개인 것으로 구분 짓기도 한다. 는 그 ‘따로 또 같이’인 ‘나’들 사이에서 자신의 현재를 찾기 위한 진행형의 기록이겠다... 더보기
[1인분 영화] ‘파파로티’ – 영화와 영화 밖 이야기의 관계 (2020.06.08.) (...) 는 최근 [내일은 미스터트롯]으로 다시 미디어와 대중의 조명을 받게 된 실존 인물 김호중과 그의 교사 서수용을 모티브로 천재적인 성악 실력을 타고난 ‘장호’(이제훈)와 지방의 예술고등학교 교사 ‘상진’(한석규)의 이야기를 다룬다. 요컨대 재능만으로 그가 가수로 거듭난 것이 아니라 그의 재능을 발현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고 이끌어 준 스승이 있었다는 것. 여기서 ‘장호’는 늦깎이 고등학생의 신분이지만 조직폭력배 활동을 한 전력이 있고 역시 그 점이 ‘장호’라는 캐릭터의 전사는 물론 일종의 각성과 성장에 중요한 배경인 것으로 다룬다. 나아가 ‘장호’의 조직폭력배 활동이 실제의 그것보다 확대되거나 부풀려진 것이라 해도, 이는 특별하고 고유한 인물로서 하나의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지 사실을 왜곡하는 것.. 더보기
[1인분 영화] ‘데드 돈 다이’ – 제목 그대로의 영화 (2020.06.05.) 탄산음료나 맥주가 아니라 커피가 어울리는 좀비 영화라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지. 영화 (2019)는 바로 그런 종류의 영화인데, 어째서 그런 영화인지 하면 언급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설명은 이것이 짐 자무시 감독 영화라는 점이다. (2003)나 (2016) 같은 몇 작품만 떠올려 보더라도 이 설명보다 적합한 말은 찾기 어렵다. 를 보고 나서 나는 영화 평점 앱에 기어이 “Coffeee & Zombie.”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마치 커피 뒤에 도넛이 따라 나왔어야 할 것처럼.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6월호 세 번째 글은 '제목 그대로의 영화'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9)에 관해 썼다. 글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 더보기
[1인분 영화] ‘문라이트’ – 달빛 밖에서도 나와 우리는 (2020.06.03.) (...) 영화의 1부 ‘리틀’과 ‘2부 ‘샤이론’, 그리고 3부 ‘블랙’은 그 제목 자체가 주인공이 각각 다른 시기에 누군가로부터 불리는 이름 혹은 별명이기도 하다. 시기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불린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이 변화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평생 한 사람인 게 아니라 계속해서 바뀌는 수많은 얼굴들을 지닌, 고유하지만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소하게는 어릴 때 좋아했던 것을 성인이 되어서도 좋아하지는 않을 수 있는 것처럼. 1부의 이야기와 2부의 이야기 모두에서 ‘샤이론’은 일종의 아픔과 상처를 겪는다. 그리고 그 일들이 있은 후 ‘샤이론’은 이전과는 같은 사람일 수 없는 삶의 국면을 맞이한다. 어떤 사람은 겪지 않아도 되거나 마주할 일도 없을 아픔과 상처를 한 사람.. 더보기
[1인분 영화] ‘좀비랜드: 더블 탭’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엔터테인먼트 (2020.06.01.) (...) 좀비 세계에서도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는 ‘콜럼버스’ 같은 인물이 있다. 좀비를 죽이고 난 뒤 좋아하는 영화의 명대사를 따라하는 인물이 있다. 서로 자신의 생존 규칙을 자랑스럽게 나열하며 ‘누가 더 체계적으로 생존하고 있나’ 경쟁하는 두 인물도 있다. 그리고 ‘Zombie Kill of the Week’ 같은 것으로 좀비를 제압하는 일을 생존을 넘어 하나의 유희처럼 만든 인물들이 있다. 재난 자체에서 조금만 시선의 중심을 옮겨 보면,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들의 자조 섞인 미소가 있다. 영화 오프닝의 배급사 엠블럼을 가지고 이 부린 작은 장난과 유머 같은 것, 그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 주어졌으면 한다. 사소한 일상이 사소하지 않은 일상에도 영향을 준다. [1인분 영화] 6월호 첫.. 더보기
[1인분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 이 거친 세상과 불안한 눈빛과 (2020.05.29.) (...)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 과연 연대라는 게 얼마나 가능할지. 나만 살기 위해 누군가를 짓누르는 풍경이 그려지지는 않을지. 이 세상이 영화와는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영화를 보는 이유, 그리고 계속해서 글을 쓰는 이유? 그것을 찾기 위해 꼬박 5월 한 달을 보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몇 년 동안 영화에 관해 쓰고 말해왔지만. 영화라는 게 세상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일지. 다음 달에도 나름의 답을 계속 찾아보려 한다. (2020.05.29.)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의 5월호 마지막 열세 번째 글은 '이 거친 세상과 불안한 눈빛과'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5)에 관해 썼다. 꾸준히 읽어주시는 몇몇 분들을 제외하면 이 연재가 별 흥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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