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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1인분 영화] ‘내 몸이 사라졌다’ – 감각의 기억 (중) (2020.07.10.) (...) 그러나, 결국은 잘린 ‘손’. ‘나우펠’의 손이 어떤 일로 잘리게 되는지를 생각하는 것보다 에서 더 생각하게 되는 점은 바로 그 ‘손’이 잘려나간 어떤 운명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피아니스트와 우주비행사를 동경하며 세상 수많은 소리들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 소년이 희망 없이 무기력하게 피자 배달 일을 하게 되는 게 대단한 운명의 장난 같은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는 유년의 꿈을 잊거나 포기하고 사는 이들이 아주 많고 그건 그 사람들이 의지 없이 쉽게 꿈을 접어서가 아니라 훗날의 삶에서 각자의 처지와 환경에 맞는 선택과 타협을 했거나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꿈이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파리 한 마리조차도 쉽게 잡을 수 없는 ‘손’. 모래를 힘껏 움.. 더보기
[1인분 영화] ‘내 몸이 사라졌다’ – 감각의 기억 (상) (2020.07.08.) (...) ‘손’의 여정은 실은 자신의 주인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는 이 ‘손’의 이야기와 함께 그 손 주인의 과거 이야기를 교차해 전개하는 작품이에요. 아니, 중반 어느 시점까지는 그게 주인의 과거인지 전혀 다른 누군가의 현재인지 알기는 어렵지만요. 손이 단지 움직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Animation)이라는 이름 그대로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그 손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아니, 그 손이 스스로 존재한다는 자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 그 기억과 역사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질까요.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7월호 네 번째 글은 '감각의 기억(상)'이라는 제목으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2019)에 관해 다뤘다. 이어질 세 편의 글 중 첫 번째... 더보기
[1인분 영화] ‘반쪽의 이야기’ – 괜찮은 그림이 훌륭한 그림이 되는 이야기 (하) (2020.07.06.) ​ [1인분 영화] 7월호 세 번째 글을 보냈다. '괜찮은 그림이 훌륭한 그림이 되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영화 (2020)에 관해 세 번에 걸쳐 상, 중, 하 편으로 나누어 썼다. 세 번의 글을 쓰는 동안 영화를 세 번 봤고 앨리스 우 감독의 서면과 영상 인터뷰 자료들을 많이 찾아 접했다. 사랑이 완벽한 짝을 찾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다해 시도하고 노력하고 또 실패하는 과정으로 고쳐 그려나가는 일이라는 이야길 하면서도 는 특정한 답을 내리지도 쉬운 해피엔딩을 맺지도 않는다. 뻔하디 뻔한 구성과 설정으로 전혀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너무나도 사려깊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담은 영화. 재치 있는 인용과 선곡도 돋보인다. 세 편의 이어지는 글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 더보기
[1인분 영화] ‘반쪽의 이야기’ – 괜찮은 그림이 훌륭한 그림이 되는 이야기 (중) (2020.07.03.) (...) 가톨릭을 독실하게 믿는 조용한 동네의 고등학교에서 뻔한 하이틴 로맨스처럼 인물 관계를 구성해놓고 는 ‘애스터’를 중심으로 ‘엘리’와 ‘폴’ 각자의 내면을 꽤 세밀하게 펼쳐놓습니다. 게다가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10대니까, 이들은 얼마든지 삶의 가치관이 바뀔 수 있고 그래도 되는 존재들이에요. ‘엘리’는 ‘폴’이 불쑥 내뱉는 “그게 사랑 아냐? 상대를 사랑하는 데 노력을 쏟는 거.” 같은 말에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삶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죠. ‘나를 뺀 세상의 전부’가 내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걸 예상치 못한 채 쉽사리 뒤흔들어 놓기도 하는 일. (...) [1인분 영화] 7월호 두 번째 글을 구독자 이메일로 보냈다. '괜찮은 그림이 훌륭한 그림이 되어.. 더보기
[1인분 영화] ‘반쪽의 이야기’ – 괜찮은 그림이 훌륭한 그림이 되는 이야기 (상) (2020.07.01.) (...) 사랑 영화도 아니고 퀴어 영화도 아닌데 하이틴 로맨스 영화이고 흔한 이야기는 아니라니. 정말 제목처럼 이야기의 반만 꺼낸 셈입니다. 글 제목의a 뜻에 대해서도 아직 말하지 않았네요.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려낸 것 같습니다. 는 사랑이 그렇게 숭고하고 대단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영화입니다. 실은 아주 엉망이고 제멋대로인 게 사랑이라면서요. (“Love is messy and horrible and selfish …and bold.”) (...) [1인분 영화] 7월호 첫 번째 글을 구독자 이메일로 보냈다. '괜찮은 그림이 훌륭한 그림이 되어가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쓴 글의 상편. 넷플릭스 영화 (The Half of It, 2020)를 다뤘다. 더보기
[1인분 영화] ‘비포 선라이즈’ – 모두가 나쁜 사람이 아니게 되는 곳에서 (2020.06.29.) (...) 에는 제가 좋아하는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만약 신이 있다면 너와 내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사이에 있을 거야. 원문은 이렇습니다. “I believe if there's any kind of God it wouldn't be in any of us, not you or me but just this little space in between.” (...) 그 말을 들은 ‘제시’는 한동안 말을 잇지 않고 가만히 ‘셀린’을 미소와 함께 바라봅니다. 어느 골목길. 아침 기차를 타야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고 알지도 못하는 그 순간. 아마 ‘제시’는 지나온 그 하루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며, 눈앞에 있는 ‘셀린’이 참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이 하루가 최대한 길.. 더보기
[1인분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 이 폭탄은 누가 터뜨렸나 (2020.06.26.) (...) 영화가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굳이 들춰내어 언급하는 것이 그리 필요하거나 효과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니 영화가 말한 것에 대해서도 말할 차례다. 마고 로비가 연기한 폭스 뉴스의 협력 프로듀서 ‘케일라 포스피실’은 언급한 바와 같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 당시 폭스 뉴스의 여러 직원들을 참고한 가상의 캐릭터다. 이 경우 참고한 대상이 있는 실존 인물 기반 캐릭터보다 가상 인물은 명확한 목적에 의해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므로 더 중요하다. 옆자리 동료 ‘제스’(케이트 맥키넌)에게 “어떻게 폭스에서 일하면서 집에 힐러리 포스터를 붙여놓을 수 있느냐”라고 말하기도 하는 ‘케이트’는 ‘메긴’과 ‘그레첸’보다 더 젊은 연령과 짧은 경력의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영화 내내 나머지 두 사람과 비교되기도 한.. 더보기
[1인분 영화] ‘다크 나이트’(&‘킬 빌 – 1부’) – 극장에서, 몇 번이고 다시 극장에서 (2020.06.24.) (...) 수많은 영화들이 재개봉하고 심지어 이미 재개봉한 적 있는 영화가 ‘또’ 재개봉하기까지 하는 건 그만큼 좋아하는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만나는 일에 대해 적지 않은 관객들이 그 가치를 알고 있고 경험으로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7년 7월 12일 수요일, 엔딩 크레딧이 완전히 올라간 오후 3시 27분. CGV 영등포 스타리움관 H열 36번 좌석에 앉아 있던 나는 그렇게 몇 백 편의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새삼스럽게 ‘이게 영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서두에 쓴 라면 몰라도, 는 극장이 아니더라도 여러 플랫폼을 통해 이미 보신 분이 많을 것이다. 굳이 IMAX가 아니어도 좋다. 아직 가 ‘극장에서 본 영화’의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이번 기회에 거기 포함시켜 보시면 좋겠다. 나도 한.. 더보기
[1인분 영화] '걸어도 걸어도' - 전화 자주 하고 (2020.06.22.) (...) ‘료타’의 아버지는 전날 이런 말도 한다. “가끔은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목소리라도 들려드려라.” 이 말은 영화에도 소설에도 모두 있는데, 이 대목 때문에 나는 모임 자료를 준비하다 말고 불쑥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는 나른한 잠에서 덜 깬 목소리와 반가운 목소리가 섞인 투로 전화를 받았다. 역시나. 아빠도 영화 속 아버지와 같은 말을 했다. “뭔 일 있으면 전화하고, 엄마한테도 전화 자주 하고.” 아빠의 말투라는 게 대체로 그렇다. “전화 자주 해.”라고 하면 문장을 끝맺는 것 같아서 그런지 “전화 자주 하고,” 아니면 “전화 자주 하고…”쯤 되는 의미로 항상 그렇게 말씀하신다. 늘 몇 마디 안 하고 끊는 것 같아 일부러 이 얘기 저 얘기를 했지만 이날의 통화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 더보기
[1인분 영화] ‘아이리시맨’ – 무엇이 영화였고, 영화이며, 영화일 것인지 (2020.06.19.) (...)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구성 요소는 단지 그런 사건과 인물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방법으로 담아내는가 하는 데 있다. 딱 지나가던 행인들이 목격할 수 있을 만한 정도의 거리를 두고 의 카메라는 ‘프랭크’의 투박하고 거친 폭행을 한동안 지켜본다. 그건 곧 관객의 시선이기도 하다. 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20세기 역작들과 달리 활력과 카리스마보다는 쓸쓸함과 씁쓸함을 가득 풍긴다. 영화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프랭크’는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지나며 자신이 몸담았던 일이 그 중심에 있었음을 회고하지만 정작 ‘프랭크’는 진정한 주인공이 아니라 말단 행동대원 정도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조직의 2인자 같은 인물이 되기는 했지만 그는 시종 수동적이고 견해를 드러내지 않는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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