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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1인분 영화] ‘환상의 빛’ – 이유 없는 뒷모습 (2020.05.27.) “그때 아주 시커멓던 하늘도 바다도 파도의 물보라도 파도가 넘실거리는 소리도 얼음 같은 눈 조각도 싸악 사라지고 저는 이슥한 밤에 흠뻑 젖은 선로 위의 당신과 둘이서 걷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힘껏 껴안아도 돌아다봐 주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피를 나눈 자의 애원하는 소리에도 절대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아아, 당신은 그냥 죽고 싶었을 뿐이구나, 이유 같은 것은 전혀 없어, 당신은 그저 죽고 싶었을 뿐이야.” -미야모토 테루, 『환상의 빛』, 송태욱 옮김, 바다출판사, 2014, 59쪽에서​ ​​ 이메일 연재 [1인분 영화] 5월호 열두 번째 글은 '이유 없는 뒷모습'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1995)에 관해 썼다.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5월은 이제 한 편의 글만 남았다.​ ​.. 더보기
[1인분 영화] ‘저스티그 리그’ – 그러니 영화란 무엇인가… (2020.05.25.) (...) 어떤 경우에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라고 말해도 그건 부족하거나 과장된 말이 아니다. 촬영 분량 자체는 보통 몇 시간에서 길게는 수십 시간에 이르므로 그것을 관객들이 극장에서 보는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안팎의 분량으로 압축하고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므로. 대부분의 영화들은 촬영 기간보다 후반 작업이 긴 편이다. 그러니까, 영화라는 건 정말 극장 안, 즉 영화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ReleasetheSnyderCut’ 해시태그를 올리며 DC와 워너를 향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낸 팬들, 이를 지지한 출연 배우와 제작진, 그리고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만들어진 모든 갑론을박과 각각의 흔적들, 그것들 하나하나의 또 다른 시간들. 영화 바깥도 모두 영화다. 만약 .. 더보기
매주 월수금, 영화 글을 메일로 보내드려요: [1인분 영화] 6월 정기 연재 "문득 두려워집니다. 지금도 우리의 흐린 눈이 미처 찾아내지 못하는 영화들의 웅성대는 그림자가. 여기 띄우는 글에도 어쩔 수 없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을 우리의 어리석음과 편견이.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의 오류는 활자로 남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일생은 그것이 스크린에서 걸어 내려온 뒤에도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누군가는 이 편지들을 다시 고쳐 쓰고 부치지 못한 편지를 우체통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식으로 우리는 느릿느릿 영화의 정체에 한없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지요." 김혜리, 『영화야 미안해』 중에서 ​ 제가 좋아하는 한 시인은 자신의 책에서 '문장노동자'라는 단어를 씁니다. 글쓰기는 머리와 손만 쓰는 게 아니라 사실상 온몸을 쓰는 육체노동이라고 말하면서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에.. 더보기
[1인분 영화] ‘블랙 팬서’ – 영화 밖으로 나오는 영화 (2020.05.22.) (...)도시국가 ‘와칸다’의 기원을 다룬 오프닝을 지난 뒤 첫 장면 직전에는 그래픽으로 아프리카 지도에서 특정 지역, 실제로는 콩고와 우간다의 국경에 해당하는 지역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보통의(혹은 예전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지도도 없이 곧장 ‘동아프리카 어딘가’ 같은 간단한 자막으로 짚고 넘어갔을 대목이다. 는 시작부터 이미 자신이 ‘아프리칸 아메리칸’ 영화임을 단호하게 내비친다. 영화의 특수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5월호 열 번째 글은 '영화 밖으로 나오는 영화'라는 제목으로 (2018)에 관해 썼다. 글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6월호의 구독 신청은 5월 30일(토)까지 열려 있다. 더보기
[1인분 영화] 마케터의 일: 자신에게만 보이는 이름을 갖고 일하기 (2020.05.20.) 2년이 그렇게 긴 경력은 아니지만 영화 오프라인 홍보 및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그에 앞서 1년은 당시 월간지를 만들던 영화 매체에서 객원 에디터 생활을 하기도 했으니 짧다고 할 수만은 없기는 하지만, 그때 일을 그만둔 게 지금에 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를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크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활동 영역이 나뉘는 영화 마케팅(여기서는 홍보 및 마케팅을 ‘마케팅’으로 통칭하기로 한다) 업무는 짧게는 4~5주에서 길게는 10주 이상까지, 영화에 따라 기간이 다르다. 론칭 때부터 거의 개봉 후 극장 상영이 종료되는 시점까지다. 영화의 규모나 마케팅 예산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어쨌든 하는 일 모두를 집약해 말하면 어떤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관객들에게 그것을 다각도로.. 더보기
[1인분 영화] ‘블루 재스민’ – 타인의 시선 (2020.05.18.) (...) 행복의 기준을 직업과 재산, 사는 곳, 입은 브랜드로 따지는 사람과,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지금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자각하는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더 중요한 척도로 삼는 사람의 삶은 과연 달라질 수밖에 없겠다.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5월호 여덟 번째 글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3)에 관해 썼다. 글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 더보기
[1인분 영화] ‘톰보이’ – 정의할 수 없이 오직 생동하는 계절이 있다 (2020.05.15.) (...) 일단 (2011)를 초록의 영화라고 말해볼까. 영화 첫 장면은 가족과 함께 낯선 동네로 이사 온 ‘로레’(조 허란)가 차 안에서 차창을 열고 선 채 바람을 맞는 뒷모습이다. 나는 이것을 계절을 온 몸으로 만끽하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다. 의상 등으로 미루어 일단 계절적 배경은 여름으로 보이는데 그것 역시도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느껴졌다. 무엇인가가 시작되는 계절, 무엇인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피어나는 신록들.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5월호 일곱 번째 글은 '정의할 수 없이 오직 생동하는 계절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1)에 관해 썼다. 글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더보기
[1인분 영화] ‘프란시스 하’ – 354 East 25th, Brooklyn, NY (2020.05.13.) (...) 그러나 의 결말은 온전한 낙관으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자신이 기획한 한 번의 공연을 했지만 앞으로도 공연을 계속하기 위해 ‘프란시스’에게는 월세를 내는 일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것들이 분명 남아 있다. 이름처럼 접어볼 수도 없이 온전히 펼쳐진 채 맞이해야만 하는 것들도 있으리라. ‘소피’와 ‘레브’, ‘벤지’와의 관계도 ‘지금처럼’은 아닐 수 있다. 출판계 거물, 유명한 현대무용수 같은 건 남의 말이 될지도 모르겠다.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5월호의 여섯 번째 글은 '354 East 25th, Brooklyn, NY'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2)에 관해 썼다. 글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더보기
[1인분 영화] ‘그린 북’ – 머리 좋은 사람과 마음 좋은 사람 (2020.05.11.) (...)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의 안부를 묻는 일에 관해 말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겠다. 선한 마음과 상대를 대하는 품위도 중요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자신을 닫지 않는 마음, 그것으로 그 사람은 물론 자신도 바뀔 수 있다는 믿음. 인종을 초월한 인간관계의 전형과도 같은 설정을 뒤집어 인종적 약자와 계층적 약자의 도식을 뒤바꾼 의 의도 역시 그래서 였을 것이다. 나는, 우리는, 나날이 어제와 다른 오늘의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좋은 쪽으로. “아침저녁으로 말을 바꾸고 표정을 달리하고 안 하던 짓을 하기를.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김연수, 『소설가의 일』, 2014, 문학동네, 141쪽에서. 이메.. 더보기
[1인분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 기분은 좀 어때요, 데이지 씨? (2020.05.08.) (...) 타인의 마음을 여는 열쇠의 하나는 그렇게 상대가 ‘괜찮은’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챙기는 자신의 마음에 있을 것이다. 상대의 오늘 기분은 어떠한지,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지는 않은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자신이 무언가 해줄 수 있을지, ‘호크’는 항상 확인한다. 선을 넘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상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준다. 이런 사람. ‘호크’를 다름아닌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의 ‘호크’는 ‘이런 사람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내내 하게 만든다.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5월호 네 번째 글은 '기분은 좀 어때요, 데이지 씨?'라는 제목으로 영화 (1989)에 관해 썼다. 글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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