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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은, '매일을 쌓는 마음'(2024) “책방이 내가 사로잡힌 것을 대수롭지 않게 만들거나 가려주지는 않는다. 책방에 언제나 내가 직면한 상황이나 감정보다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책방 안쪽의 일들은 책방 바깥의 사정보다 대체로 아기자기하다. 그런 말랑한 데서 오는 힘이 있는 걸까. 업계 밖 사람들에게 책방은 낭만보다 30퍼센트의 수익으로 굴러가는 곳이라고 짠내 나게 말하지만 솔직히 내가 발붙이고 있는 현실 중 가장 푹신하다는 점에서 나를 적당히 내던지기 좋은 곳이 된다. 네모반듯한 공간에 네모난 책들로 빼곡한 책방은 의외의 탄성을 지녀서 그곳으로 들어서는 나를 매일 한 번씩 튕겨낸다. 처음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불안한 설렘, 낯선 떨림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책방을 운영하는 해가 거듭되어도 그 ‘약간의 들뜸’.. 더보기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3) '나'와 '당신'이 정말로 어떤 '인연'이었는지 지금의 우리는 알 길이 없겠지만, 그러한 연결감 자체가 살아 있는 지금을 움직이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반복되었을지 모를 선택들과 교차했을지 모를 이야기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해 왔다고 믿는 마음이 한 시절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시절을 맞이하게, 즉 성장하게 만든다. 똑같이 계단을 오르는 두 장면이나 "그때 보자" 같은 말들, 말과 말 사이 여백과 머뭇거림들이 (2023)이 인과 연을 긍정하면서도 두 번의 이민과 헤어짐을 겪었던 두 인물의 삶을 아름답게 보듬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https://www.instagram.com/p/C4nWckhRV-j/ 더보기
윤하 20주년 콘서트 '스물' - 부산 공연 그의 콘서트장을 찾은 게 7년 만이다. 그러고 보니 내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는 온통 윤하 노래가 있었다. 'My Song And...'와 '앨리스', '추억은 아름다운 기억' 같은 곡들이 내내 그 시절을 소환하는 동안 윤하에게도 "뜻하지 않은 선택지 앞에 곤란해지기도 했"을 날들이 있었을 것이라 짐직하게 된다. 수 천 명의 청중을 압도하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적시고 어루만져주는, 이 시간을 함께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반복된 우연과 몇 번의 계절이 또 겹쳐져 사랑 앞에 어느새 와버린 거야"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자기 분야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해서 그것을 멈추지 않고 행하는 이들이다. 그렇게 20년. 윤하와 같은 아티스트와 시절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 (2024.03.23.) ⠀ #.. 더보기
SF 작가 어니스트 클라인의 소설 '레디 플레이어 투(Ready Player Two, 2024)' 리뷰 (...) 3. 과 1편으로 큰 성공을 거둔 원작자 어니스트 클라인이 직접 집필한 속편은 그 존재만으로 세계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기 충분한 작품이었다. 태생적으로 속편은 전편과의 비교를 당하는 숙명을 타고난다. 그런 점에서 1편에서 어니스트 클라인이 각종 대중문화 레퍼런스를 방대하게 풀어나가는 방식은 신선하고도 기발했던 반면, 에서 그 이상의 레퍼런스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일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면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그 영향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톨킨이 자주 등장하고 그 서술 방식 또한 1편의 것을 답습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점은 이제 웨이드 와츠는 트레일러 빈민촌에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청년이 아니라 오아시스 그리고 오아시스를 운영.. 더보기
아카데미 시상식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엠마 스톤 (...) 우리는 단상 위에 선 사람들이 '무대'에서가 아니라 실제로는 어떤 관계인지 혹은 서로에 대해 안면이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 그건 그럴 수 있고 그럴 수밖에 없다. 아니, 안다고 하는 건 거의 절대적으로 착각이다. 온라인 공간에는 특정 연예인에 대해 이 사람은 행실이 어떻고 어디서 무슨 발언을 했고 촬영 현장에서 무슨 행동을 했고 하는, 다 안다는 듯한 발언들로 넘쳐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가장 쓸데없는 이야기 혹은 하나마나 한 이야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연예인/유명인의 "인성"이나 "정치관"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다. 1번. 뭘 안다고?촬영장에서 어땠다더라. 특정한 시상식에서 어떠한 발언을 했다더라. 카더라로 만나본 적도 없는 특정한 사람의 특정한 성격이나 가치관을 .. 더보기
관객의취향의 기록 사진첩을 뒤져가며 확인한 ‘관객의취향 첫 방문일’은 2018년 7월 19일로 되어 있다. 가볼 일 없던 봉천동 현대시장입구에, 2층에 있고 책, 커피, 맥주, 와인을 판매하며 매일 영화를 상영한다고 쓰여 있는 책방의 존재. 그 해에 알던 지인이 “영화 책방이 있다”라며 추천해 준 곳이었다. 손님이 나 밖에 없었던가 아니면 한 명 있었던가. 조용히 음악이 흘러나오는 2층 곳곳을 훑다 커피와 ‘하울 정식’을 시켰다. ⠀ 다음날에는 당시 신촌에 있던 위트앤시니컬에서 이성복 시인의 강의를 들었다. 그때는 이직이 잘 되지 않아 (자주 표현하고는 하는) ‘프리랜서처럼 보이는 백수’ 생활을 하던 시기라 시간이 많았다. 그 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좋은 영화들을 만났고 서점에도 많이 갔고 낭독회나 북토크 등에도 자주.. 더보기
영화 '가여운 것들'(2023) (2023)은 해석된 관찰자의 시선에서 규칙, 즉 나를 뺀 세상의 바깥에 이미 존재해 온 것들의 의미를 뒤집어 생각하게 만든다. 각색, 편집, 촬영 등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들을 계속 함께해 온 스태프들과 명배우들의 협업이 이것을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원작 대신 마치 란티모스의 오리지널 스토리인 것처럼 그 이야기와 스타일을 제대로 각인시킨다. 불완전한 이들이 만들어 낸 세계의 총체인 '집 바깥'을, '벨라'는 어떤 편견도 없이 기이한 방식과 과정으로 모험한다. 여정의 끝에서 벨라를 기다리고 있는 건 단지 위험하고 폭력적인 세상으로부터의 낙담과 좌절이 아니라,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결합되는 동화가 안겨주는 기묘한 연대감이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얻어내는 나름의 질서와 존재에 대한 .. 더보기
규 챌린지 시즌 3 - 3. 취미를 소개합니다 - 취미이자 삶의 방식 취미를 소개하자니 딱히 스포츠나 예능에 관심도 없고, 영화 보고 책 읽고 글 쓰는 게 전부여서요(?), 바로 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어떤 취미는 그것을 계속 하다 보면 곧 삶의 방식이 되기도 합니다. 말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쓰는 사람. 쓰려면 생각을 해야 하고, 생각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쓰는 것이 삶의 방식이라는 건 곧 많은 일들에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 무언가를 천천히 행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 저는 대학 때 영화, 정확히는 ‘영화 산업’에 관심을 갖고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회사로 예를 들면 제작사나 투자, 배급사 등이 있는데, 저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온 것도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온 것도 학점이 좋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 하다가 ‘블로그 같은 걸 하면.. 더보기
글을 쓰는 한 우리 이야기는 불멸해진다 - 2024.02.17 리피움 [글을 쓰는 한 우리 이야기는 불멸해진다] 0)황현산 1)발표자 소개 2)말과 글의 차이 - 휘발되는 것과 지속되는 것 - 빠른 것과 느린 것 - 육체와 정신 -비가시성과 가시성 3)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 타인의 평가 의식. 잘 써야만 한다고 생각. 글쓰기 실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쉽고 간단히, 함축하려 하기 때문 - 습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 4)생각과 감정을 글로 옮기는 일 - 김소연 : 상상력 - 공간, 시간, 정확, 사이 - 찰나를 이야기로 - 추상의 것을 구체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는 두려워하거나 막연하게 여기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걸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문자 언어로 만드는 순간 거기에는 힘이 생긴다. 5)타인의 의도를 선해하지 않는.. 더보기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2023) 감독 브래들리 쿠퍼의 취향과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수완이 골고루 돋보이는 영화. (2023)이 조명하는 건 지휘자, 작곡가, 뮤지션으로서 번스타인의 위상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개인사의 그림자다. 좀 더 정확히는 이 이야기는 레너드 번스타인 본인보다 아내인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의 곁에 (캐리 멀리건이 크레디트의 첫 번째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머물기도 한다. 일생에서 자신이 혼신을 다한 분야에 어떤 족적을 남기는 것도 주요하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말년의 펠리시아가 딸에게 말하듯 타인에게 친절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 사랑에 책임을 다하는 것. 인생은 불완전하고 우리는 삶의 모든 것을 완벽히 지휘하고 통제할 수는 없다. 거장으로 불리는 이에게 드리운 빛과 그림자를 은 흑백과 컬러를 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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