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썸네일형 리스트형 [1인분 영화] ‘보이후드’ – 삶은 어째서 픽션이 아닌가(상) (2020.10.23.) (...) 픽션과 픽션이 아닌 것의 차이와 그 관계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한 편의 영화를 언급해야 한다면 (2014)야말로 가장 적합한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 관해 매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이겠지만,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한번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같은 배우들을 데려와 매년 조금씩 찍어서 12년에 걸쳐 완성한 영화. 의 시나리오는 매년 조금씩, 그것도 촬영을 앞두고 그에 임박해서 쓰였습니다. 내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태로요. 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입니다. 일반적인 극영화는 짜인 각본에 따라 만들어지므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것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알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 더보기 [1인분 영화] ‘나를 찾아줘’ – 우리는 하나의 길고 무서운 클라이맥스다(하) (2020.10.21.) “그러므로 그것은 끝나야 했다. 닉에게 헌신하고 그와 함께 안정감을 느끼고 그와 함께 행복해하면서 나는 '진짜 에이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훨씬 더 나은 여자고, '쿨한 에이미'보다 더 흥미롭고 복잡하고 도전적이었다. 그럼에도 닉은 '쿨한 에이미'를 원했다. 상상할 수 있는가? 마침내 당신의 진실한 자아를 당신의 배우자이자 소울메이트에게 보여줬더니 그가 당신을 싫어한다. 그렇게 처음으로 증오가 싹텄다. 나는 이 문제를 아주 오래 생각했다. 나는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길리언 플린, 『나를 찾아줘』, 강선재 옮김, 푸른숲, 2012, 347쪽.) 소설의 이야기는 ‘닉’의 것과 ‘에이미’의 것 모두 1인칭 시점으로 쓰여 있습니다. 위 대목은 ‘에이미’가 쓴 일기에서 하나.. 더보기 [1인분 영화] ‘나를 찾아줘’ – 우리는 하나의 길고 무서운 클라이맥스다(중) (2020.10.19.) (...) 가령 상황이 불리해진 ‘닉’은 유명한 이혼 전문 변호사 ‘태너’(타일러 페리)를 고용하는데, 그는 ‘닉’에게 천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보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 단독 인터뷰를 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미 외도 사실까지 드러난 이상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수가 필요했거든요. 여기서 ‘태너’는 ‘닉’에게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일일이 가르쳐주며 연습을 시키고, ‘닉’이 말 실수를 할 때마다 젤리빈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는 어쩌면 데이빗 핀처 감독 혹은 작가 길리언 플린 본인의 시점을 떠올려보게 합니다. 두 사람도 이 이야기를 꽤나 재미있게 바라보며 매체에 담았을 것이란 상상을 하게 됩니다.) (...) (2020.10.19.)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0월호 .. 더보기 [1인분 영화] ‘나를 찾아줘’ – 우리는 하나의 길고 무서운 클라이맥스다(상) (2020.10.16.) (...) 같은 작품이야말로 진정 긴 글을 통해 상세하게 다루기에 적합한지도 모르겠군요. 겉으로는 스릴러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타인의 불행을 뉴스와 가십으로 소비하는 일부 미디어(그리고 대중)의 태도부터 시작해 현대 사회의 결혼생활이 지니는 명암 등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화두를 담고 있거든요. 시작은 이렇습니다.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작가 ‘닉’(벤 애플렉)과 어린시절부터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인기 동화 시리즈의 실제 모델로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는 부부입니다. 파티에서 만나 금세 사랑에 빠진 둘은 행복을 약속하며 결혼했지만, 경제 불황이 닥치며 둘 다 실업 상태가 됩니다. 당장 생계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둘의 결혼 생활에도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5.. 더보기 [1인분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 SF 세계관에 디스토피아가 많은 이유(하) (2020.10.14.) (...) 인류를 하나의 공동체로 상정하는 SF의 이런 구조는 인류의 화합과 번영을 믿기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외계인의 침공이라는 상황 앞에서 영화 속 사람들이 (주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연합해서 외계인에 맞서는 건 그들이 국가와 문화를 초월해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있는 더 큰 적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연합을 택한 결과입니다. 그러니까 리들리 스콧의 (2015)처럼 인류 전체가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공동의 적 없이도 힘을 합치는 일은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나 이례적이죠.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0월호 여섯 번째 글은 'SF 세계관에 디스토피아가 많은 이유'(하)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4)에 관해 이전 글에 이어서 썼.. 더보기 [1인분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 SF 세계관에 디스토피아가 많은 이유(중) (2020.10.12.) (...) ‘시저’는 유인원 무리를 이끌어 나가면서 그것을 마치 철칙처럼 믿어왔습니다. 서로 적대하고 반복하다가 자멸한 인류의 모습을 교훈 삼아 오늘의 유인원은 지난날의 인간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을요. 이제 자취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인간들의 생존자 집단이 있음이 밝혀진 이상 그 철칙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유인원 무리의 안전을 해치는 유인원이 있다면 유인원 무리의 존속 자체를 위해 그를 해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이 생깁니다. (...) (2020.10.12.)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0월호의 다섯 번째 글은 'SF 세계관에 디스토피아가 많은 이유'(중)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4)에 관해 이전 글에 이어서 썼다.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 더보기 관객의 취향 [써서 보는 영화] 9월 온라인 클래스를 마치며 2년 동안 진행해 온 [써서 보는 영화]를 9월에는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온라인 진행을 위해 Google Meet을 처음 써봤고 프린트로 과제 출력본을 나눠 읽고 합평하는 일과 같이 평소 오프라인으로 하던 일들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느라 방법을 고안하고 실행해보아야 했다. 4주의 시간은 그래서 스스로에게도 여러 방식으로 응원과 격려가 되었다. 김연수의 말처럼 매일 쓴다고 해서 반드시 잘 쓰게 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더 나은 인간이 된다는 사실만은 장담할 수 있다. 글쓰기는 전적으로 혼자의 일이지만, 주변에 누군가가 함께 그것을 혼자의 방식으로 지속하고 있을 때, 그 사실이 내게 어떤 영향을 준다. 4주 8시간에 걸쳐 전한 이야기들이 쓰지 않던 사람을 쓰게 하고 쓰는 사람을 계속 쓰게 하는 경험이.. 더보기 [1인분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 SF 세계관에 디스토피아가 많은 이유(상) (2020.10.09.) (...) 은 전 세계 7억 1천만 달러의 극장 수익을 기록해 리부트 삼부작 중 가장 성공적인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해변과 자유의 여신상 이야기를 다시 꺼내오자면, 시리즈는 이미 인류의 종말 이후 유인원들의 진화와 세계 구축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인류에게는 디스토피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픽션 세계관에서의 인류는 왜 대부분 불행한 미래를 맞이하는 것일까요.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0월호의 네 번째 글은 'SF 세계관에 디스토피아가 많은 이유'(상)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4)에 관해 썼다.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1인분 영화]는 월말에 구독자 모집 공지를 한다. 더보기 [1인분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 소외받은 자들의 연대기(하) (2020.10.07.) (...) 서로가 서로를 위해 그리고 서로를 향해 연대할 때 중요한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곁에 있는 동료 역시 그러할 것이라 마음일 것입니다. 처음부터 미래의 ‘프로페서 X’는 “이게 성공할까?”라는 ‘매그니토’의 물음에 ‘울버린’을 “믿는”다고 말했어요. “I have faith in him.” ‘believe’ 정도가 아니라 더 확고하고 신뢰가 가득한 마음. 과거의 ‘프로페서 X’ 역시 ‘미스틱’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은 바로 너에게 달려 있어.” 네가 하는 일이 곧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너를 믿는다고. “I have faith in you.” (...) (2020.10.07.)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 더보기 [1인분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 소외받은 자들의 연대기(중) (2020.10.05.) (...) 1973년의 ‘프로페서 X’는 어떤 일로 인해 텔레파시 능력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있고 ‘매그니토’ 역시 JFK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펜타곤에 수감되어 있는 상황. 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다른 ‘엑스맨’들의 존재를 알고 있는 ‘울버린’은 전화번호부를 활용해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퀵실버’(에반 피터스)를 찾습니다. 2023년의 전투에서도 ‘매그니토’가 자력으로 비행선을 이동시키고 그것을 ‘스톰’(할리 베리)이 번개 공격을 통해 폭파시킴으로써 밀려오는 ‘센티넬’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팀플레이가 액션의 핵심을 이룹니다. 자신이 가진 유전자, 곧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을 넘어 제거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엑스맨’들은 과거에서나 미래에서나 서로의 옆과 뒤를 함께하고 공동의 위협에 맞섭니다.. 더보기 이전 1 ··· 4 5 6 7 8 9 10 ··· 27 다음